이해찬 총리 지명자는 요즘 세상 인심이 야속할 것이다.국무총리에 지명되자 백골이 진토되어 넋조차 없어진 줄 알았던 6년전 ‘교육부 악몽’이 되살아 활개치니 말이다.이해찬 장관이 바꿔 놓은 대학입시제가 처음 적용된 이른바 ‘이해찬 세대’부터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고 한다.주먹구구식 교원 정년 단축으로 교단이 붕괴되면서 공교육이 황폐화했다는 것이다.그뿐인가.BK21이며 교원성과금제며 하나같이 문제투성이라는 것이다.
정인학 서울신문 교육 대기자 정인학 서울신문 교육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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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학 서울신문 교육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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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해찬 지명자에 대한 세간의 혹평은 다분히 억지성이다.이해찬 세대의 학력 저하론만 해도 그렇다.발단은 이해찬 입시제인 2002학년도 수능에서 평균이 66.5점이나 폭락하면서 비롯됐다.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문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2002학년도 직전의 2001학년도 수능에서 무려 66명이 만점을 받을 만큼 문제가 너무 쉬워 사회적 물의를 빚자 조금 어렵게 낸다는 게 그만 도를 넘어섰던 것이다.
초·중등 교원 정년 단축문제도 그렇다.62세로 정년을 낮추는 과정에서 교원 파동은 사실 정년과는 관련이 없다는 분석이 유력하다.때마침 연금 고갈설과 함께 연금 산정방법이 달라져 수령액이 줄어 들 것이라는 소문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다만 명퇴를 신청하면서 연금은 제쳐 두고 정년 문제를 앞세우다 보니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또 교원 단체들이야 극력 부인하겠지만 정년 단축은 교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어,교원의 경쟁력을 추스르는 자극제가 되었다는 대목도 결코 간과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이해찬 정책’이 싸잡아 매도되는 데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다.정책마다 통찰력이 결여되었고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못했다.시행의 완급도 제대로 조절되지 못했다.
공부 말고도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며 19개의 특별전형 유형을 무려 99개로 늘렸다.순간 전국은 갖가지 경진·경시대회로 넘쳐났다.2002년의 경우 1131개의 갖가지 대회가 열렸다.하루 평균 3.1개꼴이다.교육부는 요즘 경시대회 인증제를 도입하겠다며 법석을 떨고 있다.
대학 진학의 길은 다양해야 한다.고교 졸업생의 79.6%가 대학엘 가는 판에 공부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다.문제는 특기 진학을 허용하려면 경시대회 남발과 같은 독소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어야 했다.또 당시 교육부는 중·고교의 보충수업을 사실상 폐지시켰다.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은 보충수업을 강권하는 것은 물론 교육방송까지 동원하고 있다.정책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없었고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다.
이해찬 지명자는 기획력이 뛰어나며 열정이 있고 소신이 강한 인물이라고 한다.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감당할 국무총리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춘 것 같다.그러나 기획력과 열정,그리고 소신은 극약(劇藥)과 같아서 필요한 증상에 적정량을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목숨도 앗아 갈 수 있다.열정이 있으니 모든 분야에 간여하려 할 것이요,소신이 강하니 다른 의견을 묵살하기 십상이며,기획력이 뛰어나니 통찰력이 간과되기 쉬울 것이다.
국정의 혼선은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국민적 피해로 돌아 온다.국민적 설득을 얻지 못한 정책은 분란을 일으켜 국력만 소진시킨다.세상에선 ‘이해찬 총리’를 놓고 극단적인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오는 24일부터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한다.세상에서 쏟아내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무엇을 제시해야 한다.죄송하다는 식의 감성적 접근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자초지종을 짚어야 한다.그리고 ‘앞으로’를 말해야 한다.
교육담당 대기자 chung@seoul.co.kr
●정인학 교육담당 대기자의 칼럼을 오늘부터 3주마다 싣습니다.˝
2004-06-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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