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경제위기 논쟁 그 후/조명환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경제위기 논쟁 그 후/조명환 경제부장

입력 2004-06-16 00:00
수정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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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상황에서 지휘관은 아무리 (전투가)불리해도 불리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서민경제가 어렵고 위기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나 비상 정책수단을 쓸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일 저녁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이나마 인정했다.또 “맞다.” “아니다.”며 한달 이상 온나라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경제 위기론’ 공방에 대해 “더 이상 논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아무리 논쟁해 봐야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고도 했다.대통령은 “(내가)하도 투명해서 (내)생각을 뻔하게 알 것”이라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의 스타일대로 시나리오 없이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2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 내내 배석한 김우식 비서실장은 미간에 내 천(川)자를 그린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대통령이 예측하지 못한,그래서 뒷감당하기가 부담스러운 발언이라도 쏟아낼까 염려하는 눈치였다.

노 대통령은 적포도주를 두 잔 이상 비우며 경제상황에 대해 특유의 열변을 이어갔다.건설업계에서 크게 반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를 설명하면서 “정부는 항상 잘못이 있게 마련”이라며 톤을 낮추기도 했다.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이 천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도권 과밀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기능을 옮기는 것이며,소신껏 밀고 나가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기업들이 투자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당분간은 풀 의사가 없는 듯했다.“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수익모델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규제는 사라지게 돼 있다.”고 했다.전문가들이나 기억할 법한 계수까지 동원한 대통령의 소신 발언은 ‘탄핵국면’동안 경제공부를 상당히 했음을 짐작케 했다.

당분간 경제위기 논쟁은 수면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그렇다 해도 논쟁이 종식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논쟁이 한창일 때 만난 한 경제관료는 “경기는 위기가 아니지만,경제는 위기”라고 진단했었다.“소비가 부진하지만 수출이 잘 돼 경기는 위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경제주체인 기업과 정부,개인이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아이덴티티(정체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어느 민간 연구기관의 이코노미스트는 “위기 논쟁은 결론이 없다.”고 노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이제는 국민들이 앞으로 뭘 먹고 살 것인지 ‘먹을거리’ 걱정을 해야 한다.”고 새 화두를 던졌다.현재 우리의 주력 수출품은 크게 5가지다.자동차 휴대전화 반도체 컴퓨터 선박 등으로 적어도 30년 이상 선진국을 따리잡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 것들이다.하지만 반도체 D램은 타이완,빅5 진입을 노리는 자동차는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한국이 매력있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개인과 기업,정부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신성장동력 10개’도 2∼3개 분야로 축소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경쟁력이 확보되면 기업들의 투자는 뒤따르게 마련이다.돈이 되면 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이니 뭐니 따지지 않고 불속이라도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논쟁이 차세대를 염두에 둔 진지하고도 치열한 ‘먹을거리 논쟁’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으면 좋겠다.

조명환 경제부장 river@seoul.co.kr˝
2004-06-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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