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핵심판 이후에 해야 할 일/김승환 한국헌법학회 상임이사·전북대 교수

[기고] 탄핵심판 이후에 해야 할 일/김승환 한국헌법학회 상임이사·전북대 교수

입력 2004-05-15 00:00
수정 2004-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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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12일 국회에서 야3당이 의결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그로부터 63일만에 헌법재판소가 최종결론을 내렸다.기각결정,즉 탄핵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대통령을 파면시키는 일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다시 단절시키는 것이며,파면효과가 이처럼 중대하다면 파면사유도 그만큼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기각 결정의 핵심이유다.

야3당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끝간 데 없는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정쟁으로,고달프지만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허탈감을 심어준 국회의원들이,느닷없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돌파구를 삼으려는 파렴치한 작태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쟁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우리는 차분하게 평상심으로 돌아와 탄핵심판 이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리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노 대통령은 ‘탄핵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눈앞에 둔 지난 3월11일 그는 대국민성명서를 발표했다.당시 성명서 내용이라든가 그의 표정 등을 보면서 필자는 ‘저건 싸움을 피하는 게 아니라,도리어 어디 한번 해 봐라.’라는 전투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정치적으로 큰 승부수를 던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이러한 추측이 맞건 틀리건 관계없이,노 대통령은 탄핵사태로 엄청나게 많은 정치적 이익을 챙겼다.그리고 그건 천만뜻밖에도 40년이상 지속돼 온 의회 지배권력을 교체하는 혁명적 상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노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이 땅에는 (비록 밝히지는 않았지만) 헌법 재판관들의 소수의견을 지지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또 대통령은 특정 세력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세력의 대통령인 것이다.여기에서 대통령의 국민통합 책무가 나온다.이유야 어찌됐든 탄핵사태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갈등,2개월이상의 대통령 유고,이 모든 것의 출발점에 노 대통령 자신이 서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탄핵소추를 강행한 야3당은 국민에게 진 빚을 갚는 작업을 해야 한다.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위법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이상,탄핵사태를 야기한 데 대한 정중한 사죄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만약 한나라당이 탄핵심판 결정문에 나타난 노 대통령의 위법행위들을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논거로 삼는다면,한나라당의 장래에는 더 혹독한 정치적 시련이 몰아치게 될 것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탄핵사태를 통해서 가장 큰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겼다.3월11일까지만 해도 17대 총선 결과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상태였는데,뜻밖에도 야3당이 열린우리당의 난국을 일거에 해결해 줘 버린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열린우리당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국민이 17대 총선에서 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을 일치시켜 준 것은 이제 국정운영의 실패를 더이상 야당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정치개혁·재벌개혁·언론개혁·민생안정·국가균형발전 등 각종의 국정현안을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원칙과 프로그램을 세워 추진하라는 명령을 담은 것이다.

이 땅에는 아직도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존재한다.그들이 정말 존중해야 할 것은 게임의 규칙이다.게임의 규칙은 과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도 적용된다.1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인간 노무현을 둘러싼 두번의 게임이 있었고,그 결과 확인된 것은 ‘노무현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이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정치개혁과 국가발전에 동참하라는 것이,시대가 그들에게 주는 엄중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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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대통령 탄핵소추와 기각이라는 중요한 민주주의 학습을 했다.그 비용이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현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어렵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정치인과 기득권층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민의 능력은 예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2004-05-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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