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의자의 추억/심재억기자

[길섶에서] 의자의 추억/심재억기자

입력 2004-05-03 00:00
수정 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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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버스 운전석은 폼나는 자리였습니다.향기로운 매연을 풍기며,순식간에 한나절 거리의 장터에다 짐보퉁이와 사람들을 부려놓는 시골버스,그 버스를 끄는 운전사의 ‘위세’는 맨 앞자리 운전석에서 더 빛났고,그런 만큼 그 자리는 시골 아이가 항상 고개를 꺾고 쳐다봐야 하는 외경의 성소(聖所) 같은 곳이었습니다.거기에 챙 좁은 ‘순사 모자’까지 비뚜름하게 얹고 앉았으니,폼이 날 밖에요.

그러나 이런 운전석도 편하기로는 읍내 이발소 의자에 못미쳤습니다.높낮이가 조절되고,등받이가 젖혀지는 이발소 의자는 정말 안락해 앉으면 마냥 졸렸습니다.이발사 아저씨,머리에 새똥 앉았다며 바리캉으로 벅벅 긁어댔지만,그런 면박도 쏟아지는 졸음 사태를 쫓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자에 비하면 부엌 나무청에 처박힌 통나무 모탕은 참 볼품 없었습니다.늘 삭신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가 장만해준 안락의자,어머니는 그 모탕에 지친 몸을 얹고 부엌일을 하시곤 했지요.문득,엉거주춤 못생긴 어머니의 모탕이 생각납니다.세상의 어머니들,지금은 어디에서 귀닳은 모탕에 노구를 얹고들 쉬시는지….

심재억기자 jeshim@˝

2004-05-0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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