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일류시민이 일류도시 만든다/육철수 전국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일류시민이 일류도시 만든다/육철수 전국부 부장급

입력 2004-04-07 00:00
수정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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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수도권 집중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였는데,전문가들은 갖가지 국내외 유명 이론을 바탕으로 유창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출입기자들에게도 제언할 기회가 두루 돌아왔다.도시문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고 말주변도 신통찮아 고민했다.세미나의 사회를 보던 건설교통부 Y차관은 굳이 “고견을 들어야겠다.”며 마이크를 들이댔다.

‘에라 모르겠다,세미나비(費)도 받았는데 값은 해야겠다.’싶어 용기를 내서 한마디했다.“교통위반을 많이 해서 일정 벌점을 넘거나,세금을 여러 차례 체납한 사람은 수도권에 살 자격을 박탈하면 어떻겠습니까….”

워낙 진지하고 학술적인 분위기 탓이었을까.느닷없이 튀어나온 황당한 ‘고견’으로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왕권시대에나 가능했을 법한 소리였으니 그럴만도 했겠지만,세미나 후 가진 간담회에선 참석자들이 일면 수긍했다.수도권 정책이란 게 늘 그게 그것이기 때문에).얼굴이 벌게지고 생각이 뒤죽박죽돼 더듬더듬 보충설명을 이어갔다.“…방법이 좀 그렇지만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교통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수도권 주민이 되려면 적어도 일정한 자질이 필요….”

인구·교육·주택·교통·환경 등 도시문제를 총체적으로 안은 서울시가 ‘세계 일류도시’라는 꿈을 향해 어려운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세미나의 추억’이 떠올랐다.갖가지 사업에 따른 불편을 잘 참아내고 있는 시민들이 안쓰럽고,역시 ‘일류시민’ 자질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물론 ‘이·삼류시민’도 더러 있지만.

일류도시를 향한 서울시의 청사진은 지금 하나하나 사업으로 옮겨지고 있다.청계천 복원 공사가 한창이고 시내 곳곳의 크고 작은 고가도로들은 경제적 효용성이 낮다는 이유로 하나둘 헐리고 있다.시청앞 광장을 시민의 품에 안겨주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고,뉴타운 건설공사도 본격 시작됐다.

국제사회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서울시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질적 발전을 위해 시정개발연구원을 중심으로 세계 유수 도시,특히 동북아의 중심도시간 비교연구가 활발하다.외국인들이 살기 편한 도시,국제·문화도시를 만들려고 영어마을을 조성하고,외국인 공무원도 채용해놨다.

과거 복마전이라는 오명이 늘 꼬리처럼 붙어다니던 공직사회는 이제 ‘2급수’ 수준은 되는 것 같고,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절약도 돋보인다.말 그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진전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서울시 공무원들을 만나면 이 복잡 다양한 일류화 사업들이 단연 화제다.일부 고위 공무원들은 “CEO 출신 시장이 온 후로 일이 많아 힘들긴 하지만 과감한 추진력과 능력이 놀랍다.”며 역성을 든다.너무 치켜세운다는 생각에 “시장이 능력있고 똑똑해서라기보다 참을성 있는 시민들의 협조 덕분에 그나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받아치자 “시민의 의식 수준을 사업 추진시 고려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시장의 능력 중의 능력”이라며 둘러댄다.

도심이 온통 공사판인 와중에서 시민의 불편엔 아랑곳않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한마디 들려주고 싶다.세계 일류도시가 되려면 훌륭한 정책과 내·외형적 변화,시장의 리더십이 물론 중요하다.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 인내하고,협조하며,성숙한 행동을 하는 ‘일류시민’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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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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