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은 자사 사용 망과 경쟁사에 빌려주는 망의 품질을 차별화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다. 따라서 허가 조건에 이행 사항을 세세하게 적시해야 한다.”(하나로텔레콤 주장),“케이블 TV망은 모든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어 특정업체의 망 품질 차별은 불가능하다.”(파워콤 주장) 초고속인터넷망 임대사업자였던 파워콤이 일반가입자(소매업)도 모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시장에 긴박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지 확대
데이콤이 지난 7일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지금의 초고속인터넷 기술보다 진화한 광대역통합망(BcN)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소매시장은 파워콤의 등장으로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데이콤이 지난 7일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지금의 초고속인터넷 기술보다 진화한 광대역통합망(BcN)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소매시장은 파워콤의 등장으로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정통부는 오는 27일 정보통신 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파워콤의 시장진입 조건을 최종 결정한다.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하나로는 걱정과 불만이 태산과 같다.
당초 예상보다 앞당긴 정책심의위 일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책심의위 한 위원은 “예상보다 빨리 회의가 열리는 것 같다. 대부분 위원들이 교수인데 지금은 방학이고 휴가 때여서 참석을 많이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회의에 참석해 봐야 상황을 알겠지만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 상황은 ▲하나로의 법정관리였던 두루넷 인수 ▲KT의 초고속인터넷 지배적 사업자 선정 ▲망 사업자였던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의 인터넷시장 저가 공세 등 판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절반의 시장을 갖고 있는 KT는 영향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반면 2위권인 ‘하나로+두루넷’ 진영과 ‘데이콤+파워콤’ 진영간의 기싸움은 한치의 물러섬이 없다.
●하나로,“모든 게 불리하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하나로, 두루넷, 온세통신 등 후발 사업자들은 “소매업을 시작하는 파워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자가망과 임대망을 분리, 망 품질을 차별화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의위에서 동등한 품질 보장 등을 허가 조건에 적시해야 하고, 정통부로부터 이행 상황도 점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하나로는 “파워콤이 기존 임차망은 성능개선을 하지 않고 자가망의 케이블모뎀종단시스템(CMTS)만 새로 구축할 경우 임차업체들은 불공정한 경쟁환경에 처하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통부에 대해서도 이같은 여건을 감안, 동등한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허가를 내준 마당에 정책에 반기를 들 수는 없지만 망을 빌려주는 파워콤이 경쟁사들의 가입자 신상 DB를 갖고 있어 언제든지 가입자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나로와 두루넷의 파워콤망 임대 비중은 높은 편이다. 하나로는 광동축혼합망(HFC) 가입자의 35%인 48만명, 두루넷은 77%인 98만명이 파워콤망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로는 “5000억원 가까이 주고 산 두루넷의 시너지 효과를 보기 전에 가입자 방어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진입 빨리 끝내자, 무거운 입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데이콤측은 KT가 최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묶여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 허가로 발걸음이 가볍다. 하지만 데이콤측의 행보는 물밑작업 낌새만 감지되지 겉으론 묵묵부답이다. 일단 분위기를 잡았다는 계산 아래 경쟁사 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심산이다. 파워콤은 그동안 대정부 창구 등을 풀가동해 소매업 진출 일정을 빨리 끝내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작전에 올인해 왔다. 데이콤 정홍식 사장은 전 정통부 차관이다.
데이콤과 파워콤은 데이콤의 기존 20만 가입자와 파워콤의 마케팅으로 50만 가입자 모집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데이콤 이민우 부사장도 올해 초 “파워콤과의 조기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워콤을 내세워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안착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엔 데이콤이 자사 초고속인터넷 사업 담당인력 56명을 파워콤으로 전출시키기로 했다.
데이콤은 최근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을 업계에서 제일 먼저 시작해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망과의 파워풀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대당 3000∼5000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케이블모뎀종단시스템 장비를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탓도 크다
정통부의 정책 잘못을 지적하는 말도 나온다. 당초 사업자를 많이 허가한 것도 향후 시장 판단을 잘못했다는 주장들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이것저것 다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통부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시장이 포화되면서 3위 사업자인 두루넷이 법정관리에 들어서게 됐고 하나로가 두루넷을 인수, 해결책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데이콤 역시 어려워지자 정통부는 파워콤에 가입자 모집 허가를 내줬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지역 케이블방송사업자에게도 사업권을 내줘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 과정에서는 하나로과 데이콤 두 진영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져 학맥 등과 연관한 말도 무성하게 나왔다.
정통부 관련 부서 관계자마저도 “책을 한권 만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규모의 경영’을 해온 업체들로선 현 상황을 외면하면서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2005-07-22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