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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통계] 작년 농업소득 역대 최대 폭 감소라는데…50대 이하 청년농 소득은 더 늘어 7400만원 왜?

[어쩔통계] 작년 농업소득 역대 최대 폭 감소라는데…50대 이하 청년농 소득은 더 늘어 7400만원 왜?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5-20 16:00
업데이트 2023-05-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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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2년 농가 경제조사’ 결과… 양극화와 세대교체 사이

농가 평균 소득 4615만원…3.4%↓
농업소득 949만원 그쳐…26.8% 뚝
50대 이하 수익 1.9%↑…7389만원
70대 이상 수익 4.2%↓…3485만원
고령화 영향…65세 이상 63% 더 늘어
청년농 수익 도시근로자 못지 않아 기회


<편집자주> 서울신문 경제부처 출입기자들의 ‘어쩔통계’는 흘러가는 수많은 통계 속에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될 만한 재미있는 통계를 골라 쉽게 전해드리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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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모습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제공
농촌 모습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제공
지난해 농업소득이 사료비 등 농업경영비의 증가와 농·축산물 산지 가격 하락의 여파로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농가의 평균 소득도 4615만원으로 3% 이상 줄어들었죠. 반면 농촌에서 비교적 청년으로 분류되는 50대 이하 농업경영주의 소득은 더 늘어 74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70대 이상 경영주의 농가소득은 줄면서 청년농업인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양극화 현상 같으면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듯한 이 통계 수치는 뭘 의미하는 걸까요.

러-우 사태에 비료비·사료비 뛰고
전기료·냉난방비 뛰니 경영비 급등

지난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의 평균 소득은 4615만원으로 전년보다 161만원(-3.4%) 줄었습니다. 농업소득이 2021년 1296만원에서 지난해 949만원으로 무려 348만원(-26.8%)이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이는 196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이 농업소득은 농업총수입(3460만원)에서 비료비·사료비·광열비(전기료·냉난방 비용) 등 농업경영비(2512만원)를 뺀 결과입니다.

공급 과잉 논란을 빚고 있는 쌀·한우 등의 산지 가격 하락으로 농업총수입은 7.0% 줄었는데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료비와 사료비 지출 등 재료비가 10.9% 증가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체적으로 농가 경영비가 3.7% 증가했죠. 여기에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수급 대란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이 각각 30% 이상 올라 경영비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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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kWh당 8원·가스요금 MJ당 1.04원 인상
전기요금 kWh당 8원·가스요금 MJ당 1.04원 인상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전기·가스요금은 내일부터 각각 kWh당 8원, MJ(메가줄)당 1.04원 인상되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2023.5.15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농가 경영비 급등과 관련, “주요국의 비료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비료비 상승과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사료비가 올랐다”면서 “여기에 국제 유가와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과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석유제품 가격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광열비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농가 경영비에서 비료비는 지난해 172만원으로 1년 만에 19.3% 증가했고, 사료비는 611만원으로 17.8%, 광열비는 185만원으로 15.5% 늘었습니다. 전 국민이 러시아의 침공 전쟁 여파로 인한 물가 인상으로 힘들었던 지난해 농가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죠.

농업외소득 1920만원…7.4%↑
농촌 관광 1년새 27% 껑충
농촌융복합 인증경영체 8.4%↑

그러면 농가들은 어디서 수입을 보전했을까요. 우선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바뀌면서 되살아난 농촌 관광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농식품부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농촌 관광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농촌관광객 수는 지난해 928만명으로 1년 만에 약 27% 증가했습니다. 농촌 관광객 수는 2019년 1237만명에 달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듬해인 2020년 656만명으로 절반이나 급감했었죠. 이제 서서히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가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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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에 있는 치유농장 ‘드림뜰 힐링팜’의 치유농업 프로그램 모습. 참가자들이 텃밭 가꾸기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전북 완주군에 있는 치유농장 ‘드림뜰 힐링팜’의 치유농업 프로그램 모습. 참가자들이 텃밭 가꾸기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 관광 활성화에 더해 정부가 청년농 등을 겨냥해 코로나 기간 동안 비대면 일상에 대응한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과 마케팅 등 지원을 통해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 수가 2204개소로 8.4% 증가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이런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농업외소득은 1920만원으로 전년보다 132만원(7.4%) 늘었죠.

공익직불금 등 각종 농업보조금과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농업인의 이전소득 대상자와 금액이 늘면서 이전소득은 1525만원으로 전년보다 2.9%(44만원) 증가했습니다.

50대 이하 청년농 되레 늘었는데
70세 이상 경영주 평균소득 4%↓
전체 농가평균소득의 75% 그쳐

이번 통계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건 연령별 경영주들의 농가소득입니다. 아까 지난해 농가의 평균 소득이 3.4% 줄어서 4615만원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60세 미만(50대 이하)의 경영주 농가 소득은 오히려 전년보다 136만원(1.9%) 늘어나 7389만원입니다. 60대 경영주 농가도 11만원(0.2%) 증가한 5594만원으로 농가 전체 평균 소득보다 높았죠. 반면 70세 이상 경영주는 3485만원으로 152만원(4.2%)가 감소해 전체 평균 소득의 7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말 기준 농가의 평균 자산은 6억 1647만원으로 전년보다 5.3% 증가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5.7%로 더욱 낮아졌는데 농가 소득에서 더욱 연령별 격차가 벌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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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4일 전북 무주군 청년농업인 스마트팜인 농업회사법인 ‘무주원’에서 열린 청년농업인 정책현장 간담회에서 청년농업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4일 전북 무주군 청년농업인 스마트팜인 농업회사법인 ‘무주원’에서 열린 청년농업인 정책현장 간담회에서 청년농업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이는 고령화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명 육성을 목표로 영농진입부터 전문농업인으로 성장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밀착 지원하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농업을 무인로봇, 스마트팜, 농촌융복합산업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과 접목한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하는데 청년농들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판단해 진입 초기소득을 비롯한 금융·주거여건 등의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이죠.

공급과잉 상태로 재배하기 편하지만 가격 하락 논란을 겪고 있는 쌀이 아닌 99% 수입하는 밀이나 콩 등 수요가 높아지는 식량의 자급률을 높이고 밀을 대체할 가루쌀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청년농들에게 기대한 것이죠. 이에 부응해 농업에 뛰어든 청년농들은 탄탄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도시 근로자 못지 않게 점점 수익을 올리고 있죠. 2021년 기준 도시 근로자의 연평균 소득이 7400만원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50대 이하의 농업경영주들의 경우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죠.

농식품부 관계자는 “6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들이 농가 소득이 높은 건 농업의 가치를 통해 소득 안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농촌 신산업 발전과 청년농 유입을 위해서라도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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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천안시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충남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에 설치된 스마트팜 실험장에서 멜론 재배를 위한 생육데이터를 실험하고 있다. 천안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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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게 사료를 주고 있는 TMR급이로봇.  농촌진흥청 제공
소에게 사료를 주고 있는 TMR급이로봇.
농촌진흥청 제공
작년 농업 경영주 평균연령 68세
또 0.8세 증가…청년농 겨우 1.2만명

70세 이상의 경영주의 소득이 3400만원대로 더 낮아진 것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인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통계청 농림어업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농업 경영주 평균 연령은 68.0세로 지난해보다 0.8세 또 증가했습니다. 70세 이상 농가는 46만 5000가구로 전체 45.5%를 차지해 전년보다 5.6%가 늘었습니다. 65세 이상 경영주 농가로 확대하면 64만 6000명으로 63.1%까지 증가합니다. 농업 분야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죠.

반대로 농업 경영주가 40세 미만의 농가는 7000가구 정도로 나오는데 2020년 기준으로는 1만 2000명(1.2%) 정도로 추산합니다.

다시 말해 농촌의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농업을 산업 형태로 발전시켜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보다 하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소일거리용’ 정도로 농사일을 하다보니 평균 농가 수입 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농식품부의 진단입니다.

결국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함께 농촌에 청년들의 유입이 늘어나 전반적인 농민의 연령대가 젊어져야 평균 농가 소득이 더욱 올라가는 결과가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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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에서 병충해 예방 농약을 뿌리고 있는 드론 방제기. 농촌진흥청 제공
콩밭에서 병충해 예방 농약을 뿌리고 있는 드론 방제기.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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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갈고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 농촌진흥청 제공
밭을 갈고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 농촌진흥청 제공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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