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사, 성과연봉제 도입 놓고 ‘무한대결’

금융노사, 성과연봉제 도입 놓고 ‘무한대결’

입력 2016-07-21 16:36
수정 2016-07-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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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생산성 향상, 비용절감에 도움… 금융노조 쉬운 해고, 대출의 질 저하 발생할 것

금융노조가 총파업 가결을 선언하고 은행연합회가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함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금융 노사의 갈등은 최고 수위에 도달하게 됐다.

사측은 고임금 저효율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과연봉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는 생산성 향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쉬운 해고’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 저성장, 예대마진 축소…고임금 저효율 임금구조 개선해야

은행연합회는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최대 40%까지 더 받을 수 있는 성과연봉제 개선안을 21일 발표했다.

관리자의 경우 같은 직급끼리 연봉 차이를 최저 연봉의 30%, 일반 직원은 20% 이상으로 확대한 뒤 이를 40%까지 늘리는 게 골자다.

시중은행 사측이 이런 내용의 성과연봉제를 추진해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과 예대마진 축소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고임금 저효율의 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2005년 2.82%에서 작년 말 역대 최저 수준인 1.60%까지 떨어졌다.

반면 총이익 대비 임금비중은 같은 기간 6.3%에서 10.6%로 상승했다. 은행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연공, 근속기반 보상 운영에 따른 고임금, 고연령의 비보직 인력이 많아 전반적인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고 사측은 판단하고 있다.

승진을 포기하고 일하지 않는 무임승차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노조가입 대상인 일반직원의 경우, KPI(내부 성과평가 기준) 평가가 개인이 아니라 지점 단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점장급 미만 일반직원은 호봉제를 적용받아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난도 높은 일을 수행하는 직원과 쉬운 일을 하는 직원들이 같은 급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인당 생산성을 올리려면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시중은행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유수의 은행들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씨티은행은 직무에 따른 인센티브 비중을 차별화하고 있으며 HSBC는 분기별 중간점검 등 상시 성과 관리를 운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계량·비계량 실적 균형 평가를, 도이치뱅크는 기본급 책정 시 직무의 범위, 기여도 등을 고려한다.

◇ 금융노조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금융노조와 산별 협상을 하면서 개별 성과연봉제와 함께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을 함께 요구하자 이런 우려는 증폭됐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개별 성과연봉제와 함께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성과연봉제가 단순히 임금체계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쉬운 해고’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는 점도 보다 명확해졌다”며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 간 판매 경쟁이 붙어 대출의 질이 떨어지고,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과주의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성과주의를 통해 은행들은 자산 확대 전략을 펴고, 은행직원들이 리스크를 무시한 상품 판매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는 미국의 한 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도 실렸다.

이에 따르면 성과급 수령자가 고정급 수령자보다 대출승인율은 31%포인트, 건당 대출금액은 15%포인트, 부도율은 2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과급제가 도입된 이후 대출승인 여부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회색 지대 차주에 대한 대출승인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서는 진단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사례를 오랫동안,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시중은행들이 이러한 작업없이 성과연봉제를 졸속 도입할 경우 긴급 대표자회의, 지부별 순회집회,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등을 거쳐 오는 9월 중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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