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참여하고 아이디어 내고… 내 이름은 ‘금융 프로슈머’

투자 참여하고 아이디어 내고… 내 이름은 ‘금융 프로슈머’

입력 2016-03-27 17:38
수정 2016-03-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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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만 말고 뛰어들어” 크라우드펀딩의 모든 것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 ‘귀향’은 엔딩 크레딧이 길다. 영화 제작 후원에 참여한 시민 7만 5270명의 이름이 10분간 올라간다. 돈뿐만 아니라 뜻을 모아 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 진행 상황과 예고 영상을 내보내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고, 시민들의 참여로 제작비의 절반인 12억여원을 모아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렇듯 크라우드펀딩은 적은 돈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대중’(Crowd)으로부터 ‘모금’(Funding)한다는 의미로 후원이나 모금의 개념과 유사하지만 최근에는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제품을 만들어 보상을 하거나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올 1월 국내에서 정식으로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는 한 달여 만에 34개 기업이 참여해 10개 기업이 12억 5000만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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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 뮤지컬 ‘꽃신’ 등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제작비를 조달해 완성했다. 최근에는 각종 문화 공연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거나 투자자를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귀향’,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 뮤지컬 ‘꽃신’ 등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제작비를 조달해 완성했다. 최근에는 각종 문화 공연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거나 투자자를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7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은 2005년 개인대출방식(P2P)으로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발해지면서 ‘소셜 펀딩’ 등으로 불리며 미국과 유럽에서 퍼지기 시작했으며 2011년 무렵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의 핵심은 온라인을 통한 활발한 의사 소통에 있다. 투자자들은 중개업체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고 여기에 대한 창업자의 답변과 태도에 따라 투자자들의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상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금융 프로슈머’(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의 역할을 한다. 펀딩 중개업체 와디즈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신뢰할 만한 정보와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은 전문 투자자들의 선행 투자와 중개업체 투자 자문단들의 질문과 피드백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비투자형에는 후원형과 보상형이 있으며 수익을 내는 투자형에는 증권형과 대출형이 있다. 후원형은 앞서 영화 ‘귀향’처럼 대가 없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문화공연이나 사회 공헌 활동 프로젝트를 할 때 주로 이용된다. 공연 티켓이나 작은 기념품을 답례로 주기도 한다.

보상형은 발명품이나 시제품을 만들 때 자금을 모은 뒤 제품이 완성되면 이를 참여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예컨대 발명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목표액, 모금 기간 등을 제시하면 관심 있는 고객들이 돈을 입금한다.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그 돈으로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보내고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받은 돈을 다시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식이다. 사전 주문 제작인 셈이다. 미국의 스마트워치 제조사 페블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킥스타터를 통해 2033만 달러(약 246억원)를 조달했다.

최근 뜨고 있는 유형은 투자형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산업을 육성하고자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분야이기도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5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와디즈·유캔스타트·오픈트레이드·인크·신화웰스펀딩)를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지분 투자(증권형)를 법적으로 허용했다.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관심 있는 일반 투자자들도 참여해 기업을 같이 키워 나가며 수익도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집을 공유하는 형태인 ‘에어비앤비’ 형태의 숙박업이나 문화공연 프로젝트형 펀드도 조성될 예정이다. 예컨대 뮤지컬이나 영화 제작을 할 때 일반인들이 소액 주주로 참여하고 공연이 성공하면 수익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고용기 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 회장(오픈트레이드 대표)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연간 9만개 정도 만들어지는 법인이 자본시장에 편입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도 이후 성공을 해서 막대한 수익을 남기게 되면 이를 증권형이나 보상형으로 전환해 참여자들한테 주는 식의 ‘하이브리드’ 펀딩도 곧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를 통해 개인들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P2P 서비스도 이미 시장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제도권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못해 어정쩡한 상태다. 현재 P2P 서비스 업체들은 대부업자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어디까지가 등록 업체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 한도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상한선을 정해 놓은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한도를 조금 더 유연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일반 투자자는 연간 500만원(기업당 200만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00만원(기업당 1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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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03-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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