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반갑다”… 부자들 ‘증여의 기술’

“불황이 반갑다”… 부자들 ‘증여의 기술’

입력 2015-10-08 22:52
수정 2015-10-0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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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떨어져 세금 덜내

‘강남 복부인’으로 잘 알려진 김모(78)씨는 지난해 40대 외아들에게 100억원가량의 부동산을 물려줬다. 바닥을 기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대자 전담 세무사가 “지금이 증여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들에게 물려줄 재산이라면 값이 낮을 때 증여해야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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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녀 등에게 물려준 증여 재산이 18조원을 훌쩍 넘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부(富)의 대물림은 되레 활발해졌다. 불황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낮을 때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줘서 증여세를 덜 내려는 자산가들이 늘어서다.

국세청이 8일 내놓은 ‘2015년 국세통계 2차 조기 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 재산은 총 18조 2102억원으로 1년 새 27.6% 급증했다. 증여 재산은 2011년 14조 4711억원에서 2012년 13조 4074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이후 2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려준 재산이 늘면서 증여세도 지난해 총 1조 8788억원으로 2013년보다 10.3% 늘었다.

지난해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은 총 8만 8972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9.9% 많아졌다. 40대가 26.8%로 가장 많았고 50대(22.0%), 30대(19.1%), 30세 미만(19.0%) 등의 순서였다.

특히 고액 증여가 많아졌다. 지난해 재산 5000만원 이하의 소액 증여는 3만 885건으로 전년 대비 13.7% 줄어든 반면 10억원 초과의 고액 증여는 2066건으로 16.7% 늘었다. 50억원 초과 증여는 205건으로 같은 기간보다 48.6% 급증했다.

박해영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지난해 증여세 관련 세법이나 세무 행정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면서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자산 가치가 낮을 때 증여해야 절세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증여 타이밍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금융거래 내역 등 자산 관련 정보를 국세청이 더 많이 확보해 예전보다 탈세가 어려워진 점도 증여세 신고가 늘어난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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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5-10-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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