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용제도 ‘예상못한 역풍’에 원점

삼성 채용제도 ‘예상못한 역풍’에 원점

입력 2014-01-28 00:00
수정 2014-01-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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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인재 추천’ 대학 반발에 좌초”여론 무시하고 가기 힘들다” 조기수습

삼성그룹의 채용제도가 결국 원점으로 회귀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은 28일 “대학과 취업준비생에게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작년까지 시행했던 제도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이 이른바 ‘찾아가는 열린 채용’을 표방하며 전국 200개 대학 총장으로부터 인재를 추천받아 ‘준비된 인재’를 뽑으려던 계획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아울러 1995년 폐지 이후 19년 만에 부활시킨 서류전형 역시 당분간 다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애초 삼성그룹 채용제 개편의 핵심은 ‘총장 추천제’가 아니라 ‘20만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부담이었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는 매년 20만명씩 몰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삼성 고시’로 불리는 현상을 우려하면서 인사팀에 채용제 개편을 타진했다고 한다.

입사시험의 고시화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 입시 사교육의 폐해, 탈락자 대거 양산 등은 삼성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 내부에서는 총장 추천제 도입을 놓고 찬반이 엇갈렸던 게 사실이다.

추천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반감을 고려하면 ‘제도 연착륙’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았다.

반면 ‘대학을 믿어보자’는 낙관론도 있었다.

총장 추천제가 초기에는 물론 부작용이 있겠지만 3∼4년 시행하다 보면 대학에서도 삼성 신입사원 배출을 위해 학교 내에서 검증된 인재를 골라 제대로 된 추천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도 졸업생을 삼성에 취업시키는 게 평판에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함부로 추천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대학별 추천 인원 할당 문제도 몇 년간 노하우가 쌓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풍은 의외로 거셌다.

대학별 추천 할당 인원이 알려지면서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삼성 채용제도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올려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역공을 폈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각 대학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삼성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지역에서는 지역대로 ‘차별’을 내세우며 거세게 반발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이 “삼성의 채용제는 배려와 공생 정신이 부족하다”며 총대를 멨다. 야권에서도 ‘삼성이 대학 위에 군림하려 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대학과 정치권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채용제도 보완과 전면 재검토 등 몇 가지 대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추천이 곧 삼성 입사’로 알려지는 바람에 진의(眞意)가 왜곡됐다고 알리면서 제도 보완을 모색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여론의 비판을 돌파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채용제 전면 유보 방침을 발표하기 전에 “기업이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해 조기 수습에 나설 뜻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인용 사장은 브리핑에서 ‘역풍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찾지 못하는 부분을 학교에서 좀 해주면 고맙겠다는 의미에서 한 건데…”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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