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주의료원해산 제동...‘공공의료 붕괴 안돼’

정부, 진주의료원해산 제동...‘공공의료 붕괴 안돼’

입력 2013-06-13 00:00
수정 2013-06-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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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경남도 대법원 법정 다툼까지 갈 듯

보건복지부가 13일 진주의료원 청산을 명시한 조례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한 것은 경남도가 공공의료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도 및 보조금 관련 권한을 보장한 법령을 무시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남도의 위법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번 사태를 공공의료 축소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다. 정부로서는 진주의료원 해산을 방관할 수 없는 입장이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도미노 현상처럼 번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강경입장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도지사도 재의에 순순히 응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결국 진주의료원 사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복지부 “경남도, 중앙정부 지도·국고보조금 관련 법령 어겼다”

우선 복지부가 이날 경남도에 보낸 공문에서 밝힌 조례 재의(재심의) 요구 배경은 경남도 측의 각종 법령 위반 사실이다.

복지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경남도에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구했음에도 도가 일방적으로 폐업과 법인 해산 조례 개정을 강행한 것은 의료법 제59조 1항을 어긴 행위라는게 복지부 주장이다.

의료법 제59조 1항은 공공의료원에 대한 복지부장관의 포괄적 ‘지도·명령’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일방적 진주의료원 해산·매각 시도는 (국고)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남도의회를 통과한 조례 개정안은 부칙으로 ‘진주의료원을 해산하고 잔여재산을 경상남도에 귀속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은 사업자는 중앙관서장의 승인 없이 보조금이 투입된 중요 재산을 보조금 교부 목적에 위배되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양도·교환·대여할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

따라서 복지부 장관이 허락하기 전에는 보조금이 들어간 진주의료원의 해산이나 매각을 경남도나 진주의료원장이 마음대로 시도할 수 없다는 얘기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건물 신축과 장비 구입 등의 명목으로 진주의료원에 들어간 정부 예산은 모두 144억원 정도다.

◇ 정부, 경남도가 재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대법원 제소 가능

지방자치법 제172조에 따르면 이번 경우처럼 주무부처 장관이 지방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해 재의를 요구하는 경우 재의 요구를 받은 지자체의 장은 20일 안에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재의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전과 같은 내용으로 다시 의결될 경우, 그 의결 사항은 확정된다. 재의를 거쳤음에도 똑같은 내용으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일단 조례상으로는 진주의료원 해산이 최종 결정된다는 얘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경남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의 조례 개정안 재의 요구에 대해 “그 자체가 도지사의 행위를 귀속하진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시사했다.

복지부로부터 요구를 받더라도 도지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이를 경남도의회에 전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만약 홍 지사가 실제로 복지부장관으로 부터 받은 재의 요구를 무시하고 도의회에 대한 재의 요청에 나서지 않으면 역시 지방자치법 제172조에 따라 주무부장관은 재의를 요구한 뒤 20일이 지난 시점부터 7일 안에 대법원에 직접 제소하거나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경남도의회의 재의는 이뤄졌으나 역시 같은 내용의 조례를 그대로 의결할 경우에도 역시 복지부는 조례보다 상위법인 법령을 위반했다는 점을 근거로 대법원에 경남도 측을 제소할 수도 있다.

◇ 지자체에 “적자를 이유로 공공의료 포기할 수 없다” 메시지 전달

표면적으로는 법령 위반을 내세웠지만, 이번 재의 요구는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가 전국 공공의료원의 ‘도미노’ 붕괴로 이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전국 지자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경남도가 주장하는 진주의료원 청산의 핵심 근거는 ‘만성 적자’인데, 이는 비단 진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를 보면 2011년도 당기순손익을 기준으로 전국 34개 공공의료원 중 흑자를 낸 곳은 청주·충주·서산·포항·김천·울진·제주 등 단 7곳뿐이다. 이들 병원의 흑자를 합해도 34개 전체 공공의료원의 한 해 적자 규모는 무려 655억5천만원에 달했다.

이들 공공의료원은 거의 예외없이 낮은 입원환자당 수익(평균 13만3천원), 수익대비 높은 인건비율(68.8%) 등 비효율 논란에 시달리고있다.

민간 의료시설이라면 ‘부실 경영’을 근거로 당장 폐업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상태이지만, 근본적으로 공공의료원의 설치 이유를 따져보면 경제와 효율의 잣대만으로 폐업·청산 여부를 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명시된 공공의료원의 역할은 민간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또 돈이 되지 않는다며 민간이 꺼리는 분만·호스피스 등의 서비스를 보완하고, 감염병 등 국가적 보건의료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중앙정부로서는 다른 지자체들이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처리 행태를 전례로 삼아 ‘지방 재정 낭비’를 이유로 쉽게 의료원들의 문을 닫게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이다.

공공의료 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것은 의사·약사 등 보건의료계와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의협·치의협·한의사협·약사회·간호협회 등 5개 보건의료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경남도의회의 이번 (진주의료원 해산) 결정은 공공의료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무지와 무책임 때문”이라며 “보건복지부가 해산 조례안의 재의를 요구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진주의료원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원가 이하의 낮은 의료수가와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으로의 확장 이전을 꼽고 “경남도가 이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노조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조례개정으로) 진주의료원 설립의 법적 근거마저 사라지면 공공의료 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정부는 경남도의회의 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로 폐업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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