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밀어내기’ 폐해 얼마나 심하기에…

유통업계 ‘밀어내기’ 폐해 얼마나 심하기에…

입력 2013-05-06 00:00
수정 2013-05-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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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간 치열한 경쟁·불황 맞물리면서 심해져

최근 남양유업 영업관리 직원의 욕설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유통업계의 소위 ‘밀어내기’ 수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업체 간 치열한 경쟁과 최근의 경기 불황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본사와 대리점 간 소통과 갈등 관리 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 유통업계 ‘밀어내기’ 폐해…자살까지도 = 서울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3년 동안 운영해온 A씨는 올해 초 회사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유는 ‘남양유업 피해자 협의회’ 활동을 했다는 것. 그는 이 협의회를 통해 그동안 ‘밀어내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밀어내기는 본사가 대리점에 제품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것을 말한다.

그는 본사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가게 문을 닫게 되면서 1억5천만원의 권리금도 한순간에 날리게 됐다.

A씨 외에도 대부분의 대리점주들은 본사 횡포에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본사 영업사원의 눈 밖에 나면 일터가 공중분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대리점주들은 ‘찢어버리기’ 공포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은다.

’찢어버리기’란 본사가 눈 밖에 난 대리점을 제외한 다른 곳에 모든 물량을 몰아줘 해당 대리점을 도태시키는 것을 뜻하는 업계 은어다.

한 관계자는 “주변 대리점이 공중분해 되는 것을 보면 공포감이 생겨 본사 영업사원 말에 벌벌 떨 수밖에 없다”며 “지방 대리점은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본사의 강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대리점주가 자살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한 식품업체의 지방 대리점주는 본사가 해당 지역의 대형마트 납품도 맡기자 밀어내야 할 물량이 늘어난 데다 그에 따라 붙게 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작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 영업은 물량이 많고 부담이 커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본사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이 업체는 대형마트도 대리점주에게 맡기다 보니 결국 그 부담에 괴로워하다 자살을 한 듯하다”고 전했다.

◇ “과도한 경쟁이 원인”…대안은? = 식품업계에서는 ‘밀어내기’ 폐해의 원인으로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꼽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사 제품을 일반 슈퍼나 마트 등 소매점에 많이 진열해 소비자에게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도 올리는 ‘푸시(Push) 전략’을 사용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종종 ‘밀어내기’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 진입 장벽이 낮고 박리다매 구조인 음료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업계 관계자는 “음료업계는 생산업체가 많다 보니 초기에 제품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광고 등 프로모션 활동을 크게 하고 마트 등 유통 채널에 물량을 많이 푸는 등 ‘푸시 전략’을 쓰다 보니 업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경기 불황으로 가공식품 매출이 정체 또는 감소하다 보니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유통업계는 위(본사)에서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다 보면 그 무게를 대리점주가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밀어내기’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본사와 대리점이 소통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조 연대 교수는 “’밀어내기’ 폐해는 본사의 목표(성장과 매출)와 대리점의 목표(이익과 소매점과의 관계)가 서로 달라 생기는 문제”라며 “계약상 리더인 본사의 역량과 양자 간 소통에 대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밀어내기’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는 부당판매 행위”라며 “유통거래 표준계약서 확립과 ‘밀어내기’ 폐해 발생 시 징벌적 배상제도를 강하게 적용해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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