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해외법인은 슬그머니 제외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해외법인은 슬그머니 제외

입력 2013-02-06 00:00
수정 2013-02-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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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과세방안에 재계 반발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는 해외법인을 과세 대상에서 슬그머니 제외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말로만 옥죄고 실제로는 푸는 이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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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확정된 세법시행령 개정안은 해외법인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얻은 회사가 외국법인이면 아예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본사가 미국에 설립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완성차 조립이나 부품 생산 등 일감을 몰아줬을 때 현대차 미국 법인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한 푼도 할 수 없다.

당초 재정부는 과세표준 1000억원 이상 대기업이 계열사에 매출의 15%가 넘는 일감을 몰아주면 ‘편법 증여’로 해석, 증여세를 매길 계획이었다. 해외법인이라도 지배주주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지난해 도입돼 오는 7월 첫 시행된다.

그러자 재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세금을 걷는 국세청도 “국내와 해외 법인의 회계 기준이 달라 과세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미국 기업들은 자국식 기업회계기준(US-GAAP)을 사용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사용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해외 법인마다 회계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과세를 하게 되면 회계 기준을 다시 바꿔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해) 자사 해외법인 대신 현지 법인으로부터 부품 등을 구매하는 부작용도 염두에 뒀다”고 과세 방침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 기업의 해외법인 매출 비중은 2003년 4.6%에서 2010년 16.7%로 올랐다.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지난해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각각 49%, 81%에 육박한다.

회계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다. IFRS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글로벌 잣대’로 통용되고 있고 미국 역시 IFRS로 회계 기준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도 감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 기준을 개별 대기업집단뿐 아니라 친인척으로 연결된 광범위한 대기업집단으로 넓히고, 이를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외법인 과세대상 제외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최근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당초 정치 논리에 의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밀어붙이다보니 치밀하게 진행되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 “향후 시행 과정에서 (해외법인 제외 등의) 문제들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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