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하) 안착하려면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하) 안착하려면

입력 2012-09-05 00:00
수정 201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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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인력수혈·구조조정 시급 유통·생산체제 선진화 나서야”

농협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판매)사업을 쪼개 서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만 정했지,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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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외형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외형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전문가들은 금융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산물 유통과 생산체계를 근본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금융이나 경제 부문 모두 거대 은행이나 대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농협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면서 “금융은 외부 전문가의 과감한 영입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는 도매사업과 가공유통사업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기존의 비효율적인 조직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내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도 “신·경 분리 과정에서 감시하는 사람만 많아지고 일할 조직은 별로 없는 ‘옥상옥’ 구조로 변질됐다.”면서 “비효율적인 체계를 바꾸지 않고는 농협의 성공적인 안착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조한 금융 부문의 실적 향상을 위해서는 농협은행만의 ‘색깔’을 살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협은행은 전국 곳곳의 농어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라면서 “일반 은행으로 경쟁하는 대신 지역별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차별성을 살리는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 경제사업 평가협의회 위원인 이상영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장은 “판매와 생산은 바늘과 실”이라면서 “농협이 ‘농협’이라는 간판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친환경 농산물 중심으로 농민과 소비자를 끈끈하게 이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농협 안에서도 고민이 많다. 이부영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사업활성화팀장은 “농촌의 위기는 농협이 신용사업 위주로 하고 경제사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면서 “농민은 생산에만 주력하고, 협동조합에서 판매를 전담하는 시스템을 통해 농민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농협 경제부문이 유통뿐 아니라 농축산물 전반에 걸쳐 역할을 확대해야 ‘농협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생산과 소비 등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야 농촌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상승) 문제 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농협이 곡물 생산과 관련돼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산지의 조직화와 규모화 등을 통해 공급자로서 농민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농협이 운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길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은 “농협이 단순한 유통 강화로 대형 마트들과 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농협 주도하에 국민이 주로 소비하는 곡물이나 채소를 사들이거나 방출하는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를 실시, 도시민들의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농민들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당초 약속한 1조원의 출자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신·경분리를 서둘러 단행한 만큼 1조원 출자 문제를 해결해 줘야 농협 발전의 전제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김양진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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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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