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 비상] 중소기업들 “돈, 씨 말랐다 돌아버릴 지경”

[유동성 확보 비상] 중소기업들 “돈, 씨 말랐다 돌아버릴 지경”

입력 2011-10-04 00:00
수정 2011-10-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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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 앉아서 돈 날리고 제2금융권은 “돈 갚아라” 은행은 “돈 더이상 안돼”

일본에서 세라믹을 수입·가공한 후 도료로 파는 이종원(44·경기 파주)씨는 원·엔 환율 급등으로 이윤의 20%가 감소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4월 1270원대에서 지난달 1560원대까지 300원가량 급등했다. 그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건설경기도 어려운데 엔고까지 덮쳐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상자를 만드는 김영수(50·경기 성남)씨는 저축은행의 대출상환 압력에 공장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김씨는 “재고 물량은 쌓이는데 제2금융권에서 대출금 상환 압박까지 거세져 공장을 정리하고 귀농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토로했다.

환율 상승 및 금융기관의 대출 제한으로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도 쉽지 않다. 중견·중소기업 5곳 중 1곳꼴로 비상금에 해당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암울한 전망을 고려할 때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상장사협의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유가증권시장) 가운데 지난해 말과 비교할 수 있는 632개사(금융사제외·개별재무제표 기준)의 6월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모두 48조 1330억원으로 작년 말의 52조 940억원보다 7.6%(3조 9610억원) 줄었다.

현금성자산은 만기 3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자동 전환되는 예금, 적금 등 자산을 말한다. 주식 등 증권은 가격 폭락 때 현금화가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회계상 현금성 자산에서 제외된다. 632개사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0% 이상 줄어든 상장사는 34.0%(215개)에 달했다. 50% 이상 감소한 회사는 20.3%(128개), 70% 이상 줄어든 회사는 9.3%(59개)였다.

특히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0% 이상 감소한 128곳 가운데 대기업은 10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118곳(92.2%)은 중견·중소기업이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대기업들은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부품회사가 대다수인 중소기업은 원자재 수입 물가 급등과 대기업 수주 감소 등으로 경영여건이 힘들어졌다. 중소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100 이하(부정적 전망)를 기록하고 있다.

현금조달도 어렵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8월말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전월보다 4490억원이 줄었고, 국민·우리·외환·하나·산업은행 및 농협도 축소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정도만 늘렸을 뿐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8월과 9월 유상증자 규모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문제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유동성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만 한계기업의 경우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준규·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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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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