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면제”… 이행 안해 “자사 이기주의”… 대책 필요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가계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두달 전 결정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여전히 수수료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월 0.6% 수준으로 묶으라는 당국의 권고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대출을 중단하는 모습과 대비돼 빈축을 사고 있다.24일 현재 우리은행을 뺀 시중은행 전부가 중도상환 수수료를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대출의 경우 보통 1년 이내에 빚의 일부를 갚으면 상환 금액의 1.5%, 2년 이내는 1.0%, 3년 이내는 0.5%씩 수수료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받은 고객이 1년 안에 갚으면 150만원, 2년 이내에 갚으면 100만원, 3년 이내에 갚으면 50만원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수료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대출을 조기 상환하거나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은 고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자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인하 방안을 논의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TF 내부에서는 “중도상환 수수료는 일종의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라는 방어 논리가 개발됐다. TF 관계자는 “장기 대출 고객이 미리 돈을 갚아 버리면 은행의 장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면서 “인건비 등 초기 비용까지 감안하면 수수료 면제가 쉽지 않다.”고 했다.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면 은행이 손해를 본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한 해 수수료 수익만으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기는 시중은행들이 논리적 근거도 없이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거부하는 것은 자사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반박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무시하는 은행들의 처사에 대해 금융 당국의 보다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1-08-25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