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포화·수수료 인하 압박 ‘2중고’… “他업종과 합작 등 모색해야”
국내 신용카드 업계가 은행계 카드 분사와 통신·유통 간 합작 등 경쟁 심화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카드 발급장수가 1억장을 넘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외부적으론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추진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어 카드사 간 무리한 경쟁이 자칫 제 살 깎아먹기로 변질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나카드 “5년내 톱3 진입 목표”
하지만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국내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총 1억 246만장이다. 성인 한 명당 지갑 안에 카드 4장을 넣고 다니는 셈이다. 카드를 발급받고도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 회원은 6월 말 현재 167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67만명보다 22.5% 증가했다. 휴면카드 증가는 단기 영업손실로 기록될 뿐 아니라 대손비용 부담도 늘어 결국 카드사 경영에 부담을 준다.
게다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집중 제기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강하게 추진 중이다. 카드사 수익에 절반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도 국회에서 조만간 처리될 예정이어서 카드사 영업환경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은행계 카드사 분사 움직임
은행계 카드사들도 분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카드사 간 경쟁은 더욱 심화할 조짐이다. 농협은 오는 16일 독자상표인 ‘NH채움카드’를 출시하고 자체 전산망을 따로 운영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도 영업력 강화를 위해 KB카드 분리를 예고했고, 기업은행도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카드 분사를 계획 중이다. 올 상반기 취급액 35조원으로 신한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한 KB카드 분사는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레드 오션’(경쟁심화로 출혈이 일어나는 시장)으로 접어든 신용카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보다 통신 등 다른 업종과의 합작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강태 하나카드 사장은 “유통업계 출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SK텔레콤과의 제휴 외에도 다른 카드사들이 소홀히 취급했던 분야를 집중공략하는 게릴라식 전법으로 독창적인 영업망을 확보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09-11-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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