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선 사람은 희망 잃은적 없어” “낙관론자는 어려움 속 기회 찾는다”
정부가 ‘비상경제정부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구조조정 주역’인 은행장들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2일 이들이 내놓은 신년화두에는 이같은 부담감과 각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비단 해당은행 임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경제주체 모두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긍정의 힘’을 앞세웠다.업계 1위 은행을 이끌고 있는 강 행장은 “아무리 어려워도,아무리 큰 시험에 들어도,아무리 실망스러워도 정상까지 올라간 사람은 희망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면서 “같은 상황도 대처 방식에 따라 위험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하는 만큼 결코 주저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비슷한 시간,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얘기를 했다.신 행장은 시무식에서 “비관론자는 기회 속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아낸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한 뒤 “반전의 기회는 가슴시린 바닥의 어려움을 눈물로 견뎌내고 힘을 기른 자들에게만 허락됨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다시 생각하자.”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은 “타이타닉호의 비극은 앞서가던 메사바호로부터 온 빙산 경보를 무시하지만 않았어도 막을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당시 타이타닉호의 전신 담당자는 승객과 육지를 오가는 엄청난 전보더미에 묻혀 정작 중요한 빙산 경보는 책상 위에 처박아 둬 대형 참사의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고 상기시켰다.타성에 젖은 생각과 행동이 엄청난 대가를 야기했다는 얘기다.김 회장은 “모든 사고에는 전조 현상이 있게 마련”이라면서 “리스크(위험) 촉수를 바짝 세우자.”고 촉구했다.
긴축을 통해 힘을 비축하자는 주문도 잇따랐다.이종휘 우리은행장은 “풍년 쌀은 모자라도 흉년 쌀은 남는다는 말이 있다.”면서 “사람 부족,시간 부족을 탓하지 말고 불필요한 일은 과감히 잘라내라.”고 당부했다.줄일 것은 줄이고 합칠 것은 합쳐 고비용 저효율을 저비용 고효율로 바꿔야만 살아남는다는 고강도 주문이다.“제값 주고 제값 받는 영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라.”고도 주문해 엄격한 기업 선별 지원도 예고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히든(숨겨진) 챔피언’에서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았다.윤 행장은 “세계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미국,일본,중국이 아니라 바로 독일”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기업이 별로 없는 독일이 수출 1위를 차지하게 된 원동력은 숨겨진 챔피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다.히든 챔피언은 휴대전화 칩 접착제를 만드는 독일 델로(Delo)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매출액 40억달러 이하의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래의 히든 챔피언인 유망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경제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진동수 수출입은행장은 “녹색성장 산업이 신(新) 수출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신속한 지원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혀 대통령의 ‘녹색화두’를 뒷받침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9-01-03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