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公 - 주택담보대출’ ‘한은 - 후순위채’ 매입 나서
대출 확대와 건전성 유지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꼬를 터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주택금융공사가 한은의 도움을 전제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은은 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높은 이자를 주는 대신 변제순위가 뒷전으로 밀리는 채권)를 필요하면 직접 사줄 수 있다는 태도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들은 위험자산(주택담보대출)이 줄고 자본금(후순위채)은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 여력만큼 중소기업·서민 대출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이 더 위축될 우려가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은행권의 건설사 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강도 높게 제기하고 나서 이같은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건전성 지키면서 대출 늘리기 물꼬?
주택금융공사는 12일 “최근 한은에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공사채를 환매조건부거래(RP)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를 대신해 판매한 공사의 ‘보금자리론’(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은행들이 자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채권도 공사가 사들일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시중은행이 판매한 보금자리론을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을 발행, 자금을 조달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냉각으로 MBS 발행이 어려워지자 지난 7월부터 보금자리론 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올 연말까지의 매입 대상은 2조~3조원 규모다. 그러자 공사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 9월 공사채를 발행했다.
공사채를 한은이 사주면 자금 조달이 그만큼 수월해져 MBS 발행을 재개할 여력이 생긴다는 게 공사의 얘기다.
이에 대해 한은은 미온적인 태도다. 한은 측은 “일단 MBS를 먼저 RP로 거래해 보고 공사채 추가편입 여부는 그 때 가서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공사채를 포함시키려면 관련 규정도 고쳐야 한다.
한은은 지난달 RP 대상에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한 채권 등 공사채를 포함시켰으나 주택금융공사에 대해서는 MBS만 포함시키고 공사채는 매입 대상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BIS비율이 5년 반 만에 10%대로 주저 앉는 등 건전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계속 ‘나몰라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한은이 규정을 고쳐 주택금융공사의 공사채를 사주더라도 공사의 매입 우선순위는 보금자리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치,“건설사 대출 부실화 우려”
한은은 대신 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를 RP 거래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한은측은 “RP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시키면서 선순위와 후순위채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RP거래대상 금융기관이 후순위채를 내놓으면)언제든지 사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후순위채는 자본금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RP 거래로 유통이 활성화되면 추가 발행이 쉬워져 BIS 비율을 높일 수 있다.
한은은 필요하면 은행채를 유통시장에서 직접 매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RP방식으로만 거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대출 확대를 독려하려면 BIS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건전성 악화를 들어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 문제를 거듭 부각시켰다. 장혜규 피치 한국사무소 이사는 12일 KBS1 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에 출연해 “최근 2~3년 동안 은행들이 건설사 등 중소기업쪽에 많은 대출을 한 데다, 잠재적인 부실 가능성이 높은 신용 사이클의 꼭지에서 대출을 늘린 탓에 지금처럼 경기가 악화되고 신용경색이 심화되면 부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경고했다.
●구조개혁기획단 10년 만에 부활
외환위기 시절 등장했던 ‘구조개혁 기획단’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이우철 부원장을 단장으로 한 기업금융개선지원단을 신설, 산하에 기업금융 1·2실(가칭)을 설치했다. 금감원측은 “실물경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신속한 금융 지원과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 전담조직을 다시 만들었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8-11-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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