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망없어도 통신·방송 사업
22일 다음(인터넷포털), 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웨어), 셀런(셋톱박스) 등 3개사는 인터넷TV(IPTV)사업 공동참여를 선언했다. 전날에는 별정통신사업자인 온세통신이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두 사례의 특징은 망(網·네트워크)이 없는 회사들이 망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다음 등 3사는 IPTV의 전달수단인 초고속인터넷이 없고, 온세통신도 이동통신 주파수를 갖고 있지 않다. 모두 향후 경쟁관계에 놓일지도 모르는 다른 회사들의 망을 빌려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무선 네트워크 없이 통신·방송사업을 한다는 것은 과거에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각 분야를 가로막는 경계가 사라지고 이에 맞춰 자연스레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과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규제는 ‘칸막이식’이었다. 유·무선간에 철조망과 같은 진입규제의 장벽이 높게 쳐져 있었고 유선 내부에서도 시내·시외·인터넷 등 서비스마다 따로따로 규제가 존재했다. 그 틀이 깨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통신규제정책 로드맵’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의 분류체계를 단일역무로 통합, 유·무선의 구분만 남겼다. 각각 유선과 무선의 기간사업자로 한번 지정되면 개별사업마다 따로 인·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정부의 로드맵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면 ‘유선↔무선’ 상호진입 규제도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통신산업은 표면상으로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완전경쟁 시장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유도, 복싱, 가라테, 유술 등의 개별 격투기가 종합격투기로 발전하듯이 사업자간 전방위 경쟁이 펼쳐지는 것이다.
●유효경쟁에서 무한경쟁으로
경쟁제한 요소도 대거 사라진다. 지금은 시장지배적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정부로부터 요금인가를 받아야 한다. 후발 사업자들을 보호해 성숙한 경쟁체제를 조성한다는 차원이다. 여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2011년까지 요금인가제를 폐지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소비자 편익을 감안, 당초의 요금인가제 폐지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체급이 다른 시장지배적 사업자로부터 후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배려를 해 왔지만 더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정책기조의 암시다. 사업자간 처절한 ‘무(無)체급’ 경쟁이 예고되는 셈이다.
사업자간 무한경쟁의 수혜는 제대로만 될 경우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 될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이동통신 등 유·무선을 한데 묶어 할인과 연계서비스를 강화한 결합상품의 출시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자칫 시장이 냉혹한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입자 쏠림, 자금력 차이 등으로 선후발 사업자간 심각한 시장지배력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지분인수를 놓고 업계는 벌집 쑤신 듯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무한경쟁과 공정경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통신·미디어 산업의 빅뱅을 이용자 편익 증진이라는 궁극의 목표로 이끌고 가는 열쇠인 셈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8-0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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