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양 날개는 자유와 평등이다. 모든 집권자는 이 두 지향점을 위해 경제 정책을 펼친다. 다만 방점을 어느 쪽에 찍느냐에 따라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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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전자 쪽, 곧 기업의 자율경쟁을 통해 사회 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시장경제 중심주의’를 강조해왔다. 기업가 출신으로 몸에 밴 철학이다.
이 당선자의 경제 철학은 이번 대선 정책공약집의 ‘4대 국가 경영철학’에서 엿볼 수 있다.▲경험적 실용주의와 ▲따뜻한 시장경제주의 ▲민주적 실천주의 ▲창조적 개방주의 등이다. 한마디로 ‘성장을 통한 분배’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시장을 관리해왔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 정부는 뒤로 물러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제 철학은 앞으로 경제정책 추진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가 제시한 ‘신(新)발전체제’의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단계적 재검토 등이 단적인 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4∼5%의 ‘늪’에 빠져 있는 만큼, 투자 활성화와 그에 따른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파이론’과 맞닿아 있다. 자본과 복지정책이 공존하는 스웨덴 모델, 시장경제 하에서 국가가 사회적 질서 유지에 개입하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 등 참여정부 초기 방향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이 당선자의 경제관은 영미식 모델에 가깝다. 국민들은 ‘경제 살리기’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 이 당선자를 선택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경제는 서민 경제를 뜻하며, 이 당선자도 서민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수출 호조와 풍부한 유동성 등 아랫목의 온기가 서민 경제라는 윗목까지 전해지지 않은 것은 성장률이 연간 5% 남짓에 머물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양극화의 확대 재생산 구조가 야기한 측면이 크다.
이 당선자가 내건 5%가 넘는 고성장도 수출과 함께 안정적인 내수 시장이 뒷받침해야 가능하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고성장을 통해 중산층을 늘린다는 논리는 앞뒤가 바뀐 셈이다. 성장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각종 감세정책조차 현실화되기 어렵다.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사회적 재화를 합리적으로 나누는 정치 본연의 역할이 새 정부에 기대된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과거 10년 동안 기업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수출 경기 호조세를 만끽했지만 투자 대신 내부 적립금을 쌓는 데 몰두해왔다.”면서 “투자 활성화보다 서민 살림살이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7-12-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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