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국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정 내내 EU측은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를 거론하며 미국과 똑같이 대우해 달라고 요구했다.
EU측은 FTA협상의 최대 관심사안인 상품관세 양허협상에서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며 우리측의 수정 양허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FTA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던 3차 협상은 상품양허협상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했다.
결국 예상대로 한·EU FTA는 한·미 FTA를 기준으로 앞으로 협상이 진전되게 됐다. 우리측으로서는 되도록 늦게 꺼내려던 ‘한·미 FTA’카드를 앞당겨 내놓음으로써 21일 3차 협상을 마무리짓고 다음달 서울에서의 4차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상품협상, 한·미 FTA가 기준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20일(현지시간) 상품양허안 문제를 한·미 FTA 합의안을 기준으로 협상을 벌인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대표는 “다음달 4차 협상에서 우리측은 한·미 FTA에서 미국에 준 것보다 EU에 불리하게 제시한 것을,EU측은 미국이 한국에 내준 것보다 불리하게 제시한 것을 놓고 서로 이유와 문제점을 짚어가며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협상의 최대 난제인 상품양허안의 돌파구를 한·미 FTA와의 비교에서 찾은 것이다.
김 수석대표는 “현재 진도대로라면 5차 협상 정도에서 수정 양허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 논의 방식이 한·미 FTA를 기준으로 채택했다고 해서 우리에게 불리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시된 양측의 상품양허안에 따르면 교역액 기준으로 우리측의 3년내 관세철폐비율은 68%,EU는 80%이다. 지난 4월 타결된 한·미 FTA에서는 교역액 기준으로 3년내 관세철폐비율이 우리는 94%, 미국은 94.6%였다.
●전문직·지재권 등 일부 성과
비상품분야에서는 일부 진전을 이뤘다. 정부조달 입찰 자격에 자국내 영업실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전문직 상호 자격 인정 문제를 다룰 체계를 마련하고, 노동·환경문제를 보호무역 수단으로 삼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 금융기관 이사회 구성원의 국적제한 금지에 합의한 것은 성과다.
지적재산권과 관련,EU로 하여금 추급권과 디자인보호기간의 25년 연장 요구를 철회하도록 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비관세장벽과 의약품 등의 주요 쟁점들이 남아있다.
●연내 협상 타결 가능할까
김 수석대표는 상품양허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만큼 조기 타결이 물건너 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연내 타결이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내비쳤다. 김 수석대표는 “6차 정도에서 협상을 끝내려면 전 정부적 관심과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렇게 되겠지만 추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차 협상은 다음달 15일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2007-09-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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