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용인 일대의 집값이 날개를 단듯 뛰면서 정부의 부동산 처방이 무색해지고 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이 투기성 거래와 풍부한 유동성에서 비롯된 버블(거품)이라며 이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남 등의 집값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수요자들로서는 정부의 정책을 믿어야 할지, 시장을 믿어야 할지 헷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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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서민들
참여정부 주요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가 집값 안정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값 안정을 외쳤다.‘투기와의 전쟁’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정부도 이에 맞춰 각종 대책을 내놨다. 지난 2003년 10·29대책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 해도 20개에 달한다. 올해 들어 10·29대책의 약효가 다한 듯하자 판교 아파트 11월 동시분양 등이 포함된 2·17대책이 나왔고 이어 5·4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했다. 물론 전체적인 시장은 아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강남과 분당 등의 집값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실제로 서울·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우성아파트 31평형은 한달새 1억 5000만원이 올라 10억원대를 호가한다. 분당도 서현동 시범단지 한신아파트 32평형은 최근 5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동안 정부의 집값 안정을 믿었던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솜방망이 된 초강수들
정부가 2003년부터 올해까지 내놓은 대책에는 지금까지 시행해본 적이 없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환수제, 주택거래신고제 등은 3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책들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이익환수제와 재건축 과정에 대한 건설교통부와 검·경의 조사로 재건축아파트 가격상승세는 수그러졌다. 문제는 이들 재건축 대책으로 공급감소가 예상되면서 강남 중대형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공급확대 차원에서 개발 중인 판교신도시가 오히려 분당과 용인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한때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 아파트 가격이 평당 200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분당과 용인의 집값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용인 지역의 집값 상승에는 정부의 교통대책도 한몫을 했다. 난개발에 따른 문제점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교통대책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 것이다. 거래 제한과 가수요 억제를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제도로 인해 중국이나 동남아에서조차 연구대상이 됐다는 한국의 주택정책들이 모양새를 구기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으로는 집값 못 잡는다
정부는 입주량이나 부동산 세제 등을 감안하면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다. 실제로 내년에만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에서 모두 1만 4969가구가 입주한다. 지난 82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여기에 강도높은 부동산세제 등을 감안하면 가수요가 가세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멈출 줄 모른다. 각종 대책이 시장에 맞지 않았거나 수요자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았던 탓이다. 집값이 오르자 수요자들은 너도나도 ‘사자세’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공급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충격요법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지만 집값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시중의 유동성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대출 400조원에다 연간 2조원대로 추정되는 각종 개발사업보상금 등이 집이나 토지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회수를 위해서는 경제활성화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경기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경기 악영향을 우려한 나머지 금리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투기단속과 세제 강화 등 규제위주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2005-06-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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