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측을 완전히 뒤엎는 조치였다.시장 전문가들은 예외없이 이날 아침까지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한은이 시장을 상대로 ‘깜짝쇼’를 연출했다는 비판이 일자 박승 한은 총재는 “2년 전에 콜금리를 내릴 때 시그널(신호)을 미리 보냈더니 ‘통화정책은 미리 말하는 법이 없다.’며 언론으로부터 비판받았는데,이번에는 시그널 없이 내리니까 왜 갑자기 내렸느냐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며 난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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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보다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소비·투자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다만 콜금리 인하가 소비·투자,즉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총재는 이날 콜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우선 순위의 문제’라고 밝혔다.콜금리를 내려도,올려도 문제지만,지금으로서는 내리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이다.
박 총재는 콜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요인은 고유가라고 했다.설비투자의 감소 추세가 지난 6월부터 멈추기 시작했고,소비도 하반기 이후부터 미약하나마 살아날 것으로 예상됐었다.여기다 수출도 30%대의 증가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5%대의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그런데 2·4분기 이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던 유가가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40달러를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이 상태대로라면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하고,소비자물가지수는 1.5%포인트 올라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한은은 당초 경제성장률 5%대를 전망하면서 유가를 배럴당 26달러로 잡았다.
한은은 콜금리 인하로 시중자금 금리도 동반하락하게 돼 부채가 많은 가계 및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그만큼 줄게 되면서 소비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가계·중소기업은 콜금리 인하로 약 1조원가량의 이자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한은은 이번 콜금리 인하가 사회 전체에 ‘경기부양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 상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콜금리 인하는 시중에 돈이 넘쳐나게 하면서 주택거래 활성화 등으로 자칫 부동산 가격과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게다가 소비·투자 등 내수진작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국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주병철 김유영기자 bcjoo@seoul.co.kr
2004-08-1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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