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민영화 4대 악재로 ‘흔들’

금융공기업 민영화 4대 악재로 ‘흔들’

주병철 기자
입력 2008-06-02 00:00
수정 2008-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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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민영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민영화 작업은 골격과 청사진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면서 심각한 경영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한 여론몰이, 새정부에 대한 관료들의 ‘CEO인선 코드맞추기’ 등도 민영화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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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줄도산 우려

산은과 우리금융지주그룹 등에 대한 민영화 방침과 함께 CEO 교체가 확정된 지 한달을 훌쩍 넘겼지만 CEO 선임은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 최근 산은 총재에 민유성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후보로 내정된 정도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경남·광주은행, 한국투자공사,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CEO는 공모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이처럼 경영 공백이 지속되면서 가장 애를 먹는 곳이 중소기업들이다. 신규대출이나 대출 연장 등에 대한 결재가 이뤄지지 않아 돈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줄이 막히면 부도가 뻔한 데도 해당 금융 공기업에서는 민감한 시기에 책임질 수 없다며 결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 교체기에 누가 결재를 하겠느냐.”면서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돈 돌려막기가 심각한 상황이라 앞으로 한달여가 지나면 그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영화를 주도하는 측이 이같은 어려움을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CEO 인선기준, 고무줄

그동안 CEO 인선을 제때 하지 못하는 데는 청와대가 인선 기준을 자의적으로 잡은 탓이 크다. 산은 총재의 경우만 하더라도 ‘관료출신은 안된다.’‘관료라고 해서 반드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는 등 시도때도 없이 기준을 바꾸는 바람에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산은의 민영화 계획도 ‘메가뱅크’로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철회하는 등 아직까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근거도 없이 전 정부의 특정 인맥으로 분류해 공모에서 아예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팽배해 인선의 투명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 기간중에 이뤄진 산은 총재의 후보 내정 과정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는데 적합한 인물을 고르기 보다는 특정인의 입김과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후보자의 흠결이 제기되면 다른 인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식의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공기업 CEO 출신의 한 인사는 “민영화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첫 단추인 산은 총재의 인선 과정을 보면 민영화를 제대로 추진하려고 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수사, 성과있나

금융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구조적인 비리 척결보다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CEO들을 몰아내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도 공기업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공기업의 업무가 사실상 정지된 상태”라면서 “검찰 수사를 보면 뭔가 들춰서 죄를 찾아 내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한 혐의점이 없으니까 주변을 뒤진다는 얘기마저 있다.”면서 “검찰 수사가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순기능 역할에 무게를 뒀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관료들이 이상하다?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관료들의 상식 밖의 행동도 민영화의 취지를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임명된 관료들은 공기업 CEO 등에게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좋지 않으니 사표를 내라.”는 식으로 사퇴를 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전 공기업 CEO를 하다 그만둔 한 전직 관료는 “관료들이 새 정부의 인사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면 어떻게 제대로 된 인사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인사는 “관료들의 공기업 진출이 예전같지 않다보니 전직 관료들끼리 서로 근거없이 험담하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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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2008-06-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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