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46) 새끼 반달곰의 방사 훈련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46) 새끼 반달곰의 방사 훈련

유영규 기자
입력 2007-11-08 00:00
수정 2007-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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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곰순이라 불러주세요”

동물원에서 살던 동물을 야생에 풀어 놓는다면 먹고살 수 있을까.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다.

이유는 간단한데 사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동물은 혼자 먹고살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오래 살고,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수록 자연에서의 생존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동물원 출신 새끼곰의 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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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선 ‘의미있는 이사(移徙)’가 감행됐다. 올 1월7일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반달곰(♀·생후 10개월)을 지리산에 방사하는 훈련을 위해 전남 구례군 국립공원연구원 멸종위기종보존센터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그동안 러시아나 북한 등 야생에서 잡아온 새끼 곰을 자연에 풀어놓은 적은 있지만 국내 동물원에서 태어난 곰을 방사하는 일은 없었다. 사람 손을 탄 동물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성공만 하면 국내 멸종위기종 복원에 동물원이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먼길 떠나는 새끼 옆엔 다행히도 어미가 동행했지만 둘의 운명은 곧 엇갈릴 예정이다. 이미 오랜기간 동물원에서 전시돼 사람에 너무 익숙해진 어미는 방사할 수 없다.

단 생식능력은 동물원에서도 손꼽히는 녀석인 만큼 다른 방사용 곰을 낳기 위해 멸종위기종센터에 남는다. 하지만 새끼는 몇 달간 관찰과 훈련기간을 거쳐 방사여부가 결정된다.

방사를 위한 테스트는 혹독하다. 우선 새끼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도토리나 으름, 다래 같은 먹이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모방하며 배울 어미가 없는 만큼 수없는 시행착오가 곧 교과서다.

물론 동물원에서처럼 풍족하게 먹을 수는 없으니 배고픔을 참는 법도 배워야 한다. 좋든 싫든 농가 옆 전기울타리를 건드리면 ‘짜르르’한 전기가 온다는 것도 경험해야 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없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피하는 태도다. 훈련과정에서 냄새는 물론 소리까지 사람과의 접촉은 철저히 차단된다.

송동주 멸종위기종보존센터장은 “사람과의 접촉을 제한하지 않으면 방사 후 자연이 아닌 사람에게서만 먹이를 구하려 한다.”면서 “쓰레기장을 뒤지거나 등산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곰은 이미 자연방사에 실패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방사 새끼 곰은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지만 10여개월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 어미와 내실에서만 생활했다.

덕분에 사람을 보면 급히 피하는 등 새끼 동물들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내년 4월 어쩌면 새끼 곰은 동물원에서 태어났지만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운 좋은 놈’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됐을 때 어떤 노예들은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이를 행사할 힘도 준비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끼 곰이 훈련을 잘 이겨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새끼 곰 파이팅.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7-11-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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