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과꽃/김영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과꽃/김영태

입력 2022-09-29 20:10
수정 2022-09-29 23:1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과꽃/김영태

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이 걸려 있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박한 정물화 같고, 연필로 그린 밑그림에 옅은 채색만 더한 수채화처럼 맑습니다. 과꽃의 생김새나 색, 향기를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욕심껏 말을 더하지 않고,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알맞은 시어를 놓아 두었습니다. 무엇 하나 뺄 것도 보탤 것도 없습니다. 조금 빈 듯이 간결하니 ‘세련’된 맛이 있습니다. 과꽃은 ‘기억처럼 피어 있고’, 누구나 세상에 와서 ‘조금 울다’ 가버립니다. 시인은 살아가는 일이 노랫말 없는 쓸쓸한 노래와 같다는 걸 익히 아는가 봅니다. 그럴 때는 옛날 사람들이 그랬듯이 소매로 눈가를 꾹 찍고, 하늘을 봐야 한다는 것도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마음에도 자리가 있다면 백지로 비워 두고 싶습니다. 시인이라면 높은 하늘 한 장 끼워 두었겠지요.

신미나 시인

2022-09-30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이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