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뼈 심부름/김안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뼈 심부름/김안녕

입력 2021-12-30 17:10
수정 2021-12-31 02: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뼈 심부름/김안녕

엄마는 초등학교 오학년 막냇동생을 뼈다귀 사오라 보냈다
엄마도 나도 기억 못 하는 오래전 이야기

백사십 센티도 안 되는 아이가 노란 양동이 들고
뼈 사러 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몇 번을 휘청거려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우리에겐 저마다 어떤 병이 있고

대신 문병 가는 이웃이 있고
대신 병 치르는 사람이 있고
대신 밥 차리는 여인이 있고
대신 뼈를 사 오는 가녀린 아이가 있다

나는 누구의 대신일까
누가 나 대신 황야를 걸어 노을 속으로 심부름 갔을까
누군가 대신 들고 온 양동이 속엔

핏물 머금은 뼈다귀들이 울음도 없이

세상에, 심부름 중에 뼈 심부름이 있군요. 양동이 하나를 들고 시장 모퉁이 정육점에 가 뼈를 사 오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국거리에 이만큼 진지한 맛이 있을까요. 그런데 왜 어머니는 140㎝도 안 되는 막냇동생에게 뼈 심부름을 시켰을까요? 김안녕 시인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축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을 잠시 합니다. 살면서 어머니는 산전수전 다 겪었을 테지요. 양동이 안 핏물 머금은 뼈는 핍진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네 삶의 은유가 아닐는지요? 힘든 시절을 겪을 적마다 막내는 뼈 사러 가던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겠는지요. 우리에겐 저마다 어떤 병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병을 이해하고 따뜻이 감싸 안아 줄 때 세상은 좀더 살 만한 것이 될 것입니다.
2021-12-3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