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칼럼] ‘프레임 선거’ 다루는 법/논설실장

[황성기 칼럼] ‘프레임 선거’ 다루는 법/논설실장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21-12-08 20:00
수정 2021-12-0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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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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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을 사과하고 끝냈다지만 간단히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5선 여당 대표의 가짜뉴스보다 못한 ‘친일 프레임’ 말이다. 대통령 선거가 D-100일을 끊고 본격전에 돌입하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마타도어, 흑색선전 같은 네거티브 캠페인도 도를 더해 가는 중이다. 미래를 연다는 2022년 대선이 구습과 악태로 얼룩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숨만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친일 카드’를 꺼내는 걸 보면서 열세는 열세인가 보다 싶었다. 대한민국을 ‘친일’과 ‘반일’로 나누고 유권자를 갈라치는 하수 중 하수를 쓰다니 말이다. 송영길 대표 주장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60년 전 돌상에 올라간 천환권이 엔화라고 치자. 그게 윤석열이 친일이란 증거가 되는 것인가. 하물며 “돌상에 우리나라 돈 대신 엔화가 놓였을 정도로 일본과 가까운 연세대 교수의 아들”이란 프레임은 더욱 경악스럽다.

대한민국 헌법은 어떠한 연좌제도 금지한다. ‘모든 국민은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13조 2항을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일본 대학에서 공부한 윤석열의 아버지가 일본에 친근감을 느끼고 있을지 없을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배웠다는 이유로 ‘친일’이라 모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의 영역을 넘어선 사술(詐術)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아들을 ‘일본과 가까운 교수 아들’이라 프레임을 씌운다. 해도 너무 했다.

송 대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에 34년 전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86세대다. 그런 그가 과거 독재 세력이 민주 세력에 들이댔던 ‘빨갱이’ 프레임을 서슴없이 써먹는다. 민주화에서 고작 배운 게 민주 진영에 대한 반민주 진영의 나쁜 수법인 프레임 걸기라면 거꾸로 가는 역사요, 못된 시어머니에 못된 며느리 된 셈이다. 정권을 잡고서도 ‘빨갱이’ 소리에서 못 벗어난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내내 ‘친북’ 소리 들어온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 될 일을 송 대표는 한 것이다.

1945년 해방 전 ‘친일’은 역사적으로 단죄를 받아 왔다. 아직도 한국 사회의 친일과 잔재가 깔끔히 청산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마냥 틀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친일 부역자’에게 엄밀히 적용해야 할 ‘죽창가’ 같은 단죄 프레임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꺼내 쓰는 민주당의 고얀 버릇을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안 볼 줄 기대했지만 역시나다.

선거가 제 뜻대로 안 돼서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위해 양심을 악마에게라도 팔고 싶겠지만 지켜야 할 금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 도쿄에 집을 보유했던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진영이 “도쿄시장 후보”라고 역으로 친일 프레임을 걸어 실소를 자아냈던 게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친일 부역자 후손들이 한국 곳곳에 남아 여전히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배 세력의 지형은 해방 이후 76년간 많이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자가 퇴조하고 정보기술(IT)·연예산업 출신의 신흥 재력가가 속속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정치 지형도 마찬가지다. 과연 친일 부역자 후손이 얼마나 국회에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하는 건가. 86세대를 중심으로 진보를 칭하면서도, 실은 권력에 탐욕적인 자들이 한국 요소요소에서 중앙·지방 할 것 없이 정치적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2020년 인구총조사를 보면 국민 5013만 3493명 가운데 해방의 해인 1945년까지 태어난 75세 이상은 351만 193명에 불과하다. 친일을 했다면 이 7%가 했을 것이고, 해방 직전 성인이 된 사람으로 생존해 있는 분은 소수점 단위의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쉽게 말해 해방 이후 출생자가 93%를 차지하는 게 지금의 한국이다. 살아 있는 친일 부역자가 얼마나 있을 것인가. 이미 친일인명사전 발간과 재산 압류 등으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역사적 청산은 일정 부분 이뤄졌다. 반일 감정에 기대는 저질 정치야말로 2022년 3월을 계기로 사라져야 하는 낡은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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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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