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워라밸’과 심야영업 단속/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워라밸’과 심야영업 단속/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8-25 17:24
수정 2019-08-2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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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심야영업 단속의 명암을 다룬 기사(동아일보 1990년 3월 31일자).
술집 심야영업 단속의 명암을 다룬 기사(동아일보 1990년 3월 31일자).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주 52시간 근무로 귀가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요즘 분위기와는 반대로 밤새 흥청댔던 시절이 있었다. 밤의 자유를 만끽하던 분위기는 통행금지 폐지와 관련이 있다. 통금(자정~새벽 4시)은 시행 36년 만인 1982년 1월 5일자로 폐지됐는데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람들은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다. 통금이 해제되자 유흥주점, 나이트클럽, 심야 다방, 만화방, 전자오락실, 사우나, 안마시술소 등 퇴폐·향락업소가 일시에 번창해 밤을 잊고 영업했다. 향락과 과소비에 대한 질책이 잇따르자 1984년 5월 31일 서울시는 안마시술소 등 퇴폐·향락업소의 심야영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가며 퇴폐업소는 더욱더 기승을 부렸다. 나체쇼 공연은 보통이었고 심지어 중학생까지 입장시켜 춤을 추게 하고 술을 판 디스코텍이 적발됐다. 이른바 심야 소극장이 미성년자들에게 성인영화를 방영하고 사행성 오락기구를 이용하게 하다 단속에 걸렸다. 도심과 잠실, 서울역 등지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들어서 새벽까지 장사를 했다(경향신문 1985년 12월 24일자).

당국은 1990년 1월부터 요정, 룸살롱, 카바레 등 유흥 접객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음식점과 카페, 극장까지도 심야영업을 전면 금지했다. 단속 이틀 만에 심야영업을 하던 업주 13명을 구속하는 등 단속은 엄했다. 그해 8월에는 에너지를 절약한다며 주유소의 심야영업도 금지했다.

단속의 영향은 컸다. 한 달 평균 유흥업소 1500여곳이 문을 닫았고 범죄가 30% 줄었다. 1차로 끝내는 ‘조저녁 음주문화’와 ‘혼술 문화’가 이때부터 생겨나고 24시간 편의점이 주당들의 2·3차 장소로 애용됐다. 그러나 일부 업소는 셔터를 내리고 몰래 영업하거나 비밀 벨을 사용하고 단속을 나오면 비밀통로가 딸린 밀실에 손님들을 피신시키는 등 불법 심야영업을 계속했다. 일부 접대부들은 주택가로 파고든 비밀 요정에서 일하거나 일본으로 건너가 유흥업소에 취업하기도 해 접대부 불법 송출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국민 87%가 단속에 찬성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손님에게도 범칙금을 물리는 등 단속 강도는 더 세졌지만, 카페촌 옷가게들이 줄폐업하고 일자리를 잃은 술집 악사가 자살하는 등 부작용도 컸다. 일부 남성들은 “술 마실 권리를 제한한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업소 주인들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발했다(동아일보 1990년 12월 29일자). 심야영업 규제가 완전히 풀려 다시 허용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6월이었다.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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