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이대로는 안된다] 가해자 재심·소송 땐 피해자 목소리 ‘소외’

[학폭위 이대로는 안된다] 가해자 재심·소송 땐 피해자 목소리 ‘소외’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9-01-22 22:24
수정 2019-05-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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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예방법, 피해학생 보호 문제

학폭위 떠나면 ‘가해자 vs 학교’ 다툼
재심 땐 집행 중지…피해자 고통 가중
재심 기관 이원화…결과 충돌할 수도


학교폭력 사건이 접수돼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기까지 학교는 우선 피해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해학생 측에서 “피해학생 말만 일방적으로 듣는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그러나 학폭위 이후 가해학생과 학교가 다투는 구조로 바뀌며 피해학생은 사라지고 정신적 고통이 가중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서울의 한 법원에서 행정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장은 22일 “학교폭력 재심·행정소송은 행정청(학교)의 처분을 다투는 과정”이라며 “직접적인 불이익 조치 당사자인 가해학생과 학교의 싸움이라 피해학생은 사실상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피해·가해학생 모두 학폭위 처분에 불복하는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효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게 피해학생 측의 호소다. 가해학생들이 각 시·도교육청의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폭위 처분은 유보된다. 원칙적으로는 전학·퇴학 처분만 재심 대상이고, 이 처분만 유보될 수 있지만 일단 접수만으로 징계 조치를 멈출 수 있어 낮은 처분을 받은 학생들도 재심을 청구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이송화 대구지부장은 “가해학생들이 버젓이 학교에 나오기 때문에 피해학생이 보복이 두려워 학교에 못 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심 결과가 학폭위보다 가벼워져도 학교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학교가 재심 결과를 가해학생에게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처분이 무효로 된 판결들이 나오지만 가해학생의 재심 결과를 피해학생에게 반드시 알려야 하는 법 조항은 없다. 또 소송을 통해 징계 취소·무효 판결이 나면 가해학생들의 기록은 아예 지워진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과 달리 시·도청 학교폭력지역대책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다. 재심 기관이 이원화되어 있어 결과가 충돌하거나 먼저 난 결론을 다른 기관이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경우 가해학생 쪽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 학교폭력 처리 가이드라인은 “피·가해학생은 재심 절차 없이 곧바로 불복 절차(행정소송)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도 “(다만) 피해학생이 재심을 거치지 않고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을 (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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