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학생 동원/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학생 동원/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8-11-18 17:18
수정 2018-11-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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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축구경기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960~1980년대에는 학생들을 각종 행사에 동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학생 동원은 일제의 잔재다. 일제는 신사참배는 물론이고 축제나 시가행진, ‘근로보국대’ 등에 학생들을 강제로 참가시켰다. 광복 직후에도 학생 동원은 일제강점기보다 덜하지 않았다. 1958년 3월 26일은 이승만 대통령의 83세 생일이었는데 초등학생들을 동원해 매스게임을 펼치는 등 탄신 축하 행사를 거창하게 열었다. 매스게임 문구는 ‘만수무강’이었다(경향신문 1958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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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하워 방한 때 덕수궁과 서울역 앞에서 환영춤을 추는 학생들(동아일보 1960년 6월 19일자).
아이젠하워 방한 때 덕수궁과 서울역 앞에서 환영춤을 추는 학생들(동아일보 1960년 6월 19일자).
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나 우리 대통령이 외국을 드나들 때 김포가도에는 동원된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억지 환영·환송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60년 6월 두 번째로 방한했는데 겉으로는 학생들의 환영은 자발적인 의사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아이크’가 김포에서 내려 한강대교를 건너 도심으로 들어올 때 삼각지에서 덕수궁까지 서울의 남녀 중고생 전원을 배치해 성조기를 흔들게 했다(경향신문 1960년 6월 18일자). 여중고생들은 더위 속에 환영춤까지 연습해 추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3공화국 정부는 학생들을 행사에 동원해 수업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수시로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당시 실세였던 김종필씨 강연에도 학생들을 동원하는 등 금지령은 말뿐이었다. 학생 동원은 박정희 정권하에서 가장 심했다. 수해 복구에도 학생들은 불려 나갔고 가뭄 극복에도 동원됐다. 조림공사, 모내기, 보리밟기운동, 교통량 조사, 송충이 잡기, 새마을 사업, 피마자 재배, 추수, 각종 캠페인 등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군소리 없는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1년 취임 일성으로 취임식 행사부터 학생들을 동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켜질 리 없었고 제스처일 뿐이었다. 그해 7월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학생 밴드를 포함해 100만명의 환영 인파가 동원됐다. 모내기, 벼베기 등 농촌 일손 돕기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도시에서도 가두 캠페인 등의 행사에 학생은 약방의 감초였다. 학생 동원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최고조에 달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카드섹션에 학생들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6500여명이 수업을 희생하며 연습을 한 끝에 개막식장에 동원됐다(동아일보 1986년 6월 20일자).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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