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땐스 열풍’과 ‘자유부인’

[그때의 사회면] ‘땐스 열풍’과 ‘자유부인’

손성진 기자
입력 2018-01-07 22:20
수정 2018-01-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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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댄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는 거리에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넘쳐나던 1930년대였다. 그러나 일제는 퇴폐를 조장한다며 여성들의 댄스홀과 카페 출입을 금지했다. 기생 오은희, ‘끽다점’ ‘비너스’의 마담 복혜숙 등이 “경성에 댄스홀을 허하라”는 글을 잡지 ‘삼천리’에 기고한 것은 1937년이었다.
광복 후에도 댄스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종의 범죄행위 취급을 받았다. 정부는 댄스 홀을 수시로 폐쇄하기도 했지만 노도처럼 번져 가는 댄스 열풍을 막을 길이 없었다. 뒷골목 요릿집과 시민관(옛 부민관·현재 서울시의회), 조선호텔, 외교구락부 등 서울의 한복판에서 댄스파티가 공공연하게 열리고 있었다(1949년 12월 29일자 동아일보). 남녀 학생, 유부녀, 공무원 등 직업과 남녀를 가리지 않고 춤바람에 빠졌고 ‘댄스 엄금’은 신문 사설의 소재로도 올랐다.

6·25 전쟁 중이나 직후에도 댄스 바람이 사그라들지 않았는데 당국의 대응은 신문회관의 ‘외국인용 댄스 홀 외에 전 댄스 홀 폐쇄’ 조치였다(1954년 8월 16일). 비밀 댄스 홀과 댄스 교습소는 서울에만 수십 군데였고 일반 음식점에서도 버젓이 춤판이 벌어지자 당국은 음식점마다 이렇게 써 붙이도록 했다. ‘댄스, 낮술 금지!’ 부산에서는 부평동의 비밀 댄스 홀을 ‘습격’해 남자 10명과 여자 22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는데 가정주부가 18명이나 됐고 승려도 있었다(1955년 6월 2일). 춤바람이 나 간통을 하거나 이혼 소송을 내는 여성들도 있었고 춤을 못 추게 한다고 여학생이 음독자살한 사건도 있었으니 1950년대의 댄스는 ‘사회악’이었다. 사실 춤과 퇴폐 행위의 유행은 전후의 황폐함을 달래려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댄스의 유행에는 1954년 1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도 영향을 미쳤다. 이 소설은 대학교수 부인의 춤바람과 일탈을 다뤘지만 여성의 권익 신장에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서울신문의 부수가 5만부 이상 늘 만큼 소설은 큰 인기를 끌었다. 연재가 끝난 직후 단행본으로 출간된 ‘자유부인’은 14만부가 팔려 국내 출판 사상 처음으로 10만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운 책이 됐다. 또 1956년 이 소설은 한형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수도극장에서 개봉됐는데 역시 14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 그해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한 감독은 ‘운명의 손’에서 처음으로 키스신을 선보인 감독이었다. 영화 ‘자유부인’은 러브신의 수위가 높다는 등의 이유로 개봉일인 6월 9일을 하루 앞둔 8일 정오까지 상영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교수 부인 역의 김정림은 실제 다방 마담 출신으로 일약 여주인공에 스카우트돼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자유부인’ 14회가 게재된 서울신문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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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2018-01-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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