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커버스토리] 사과는 아직 없다 시간이 정말 없다

[단독] [커버스토리] 사과는 아직 없다 시간이 정말 없다

입력 2017-09-08 22:44
수정 2017-09-0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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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로 1300회 맞는 수요집회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 35명뿐
평균 92세… “日 달라지지 않아”
“기다림의 폭력 더 안겨줘선 안돼”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으신 분은 35명뿐입니다. 평균연령도 벌써 92세나 됐습니다.”
1997년 돌아가신 강덕경 할머니 흉상.
1997년 돌아가신 강덕경 할머니 흉상.
올 들어 5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노랑나비’가 돼 고통 없는 세상으로 떠났다. 할머니들은 끝내 가슴속에 응어리진 분노를 풀지 못한 채 세상과 작별을 했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35명으로 줄었다. ‘노랑나비’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징으로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갯짓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요구하며 1992년 1월 8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가 오는 13일로 1300회를 맞는다. 25년이나 흘렀지만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의 태도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도 할머니들의 마음을 다독이지 못했다. 아까운 시간만 하염없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은 가슴의 한을 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할머니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여명이 거주할 때 느껴졌던 온기도 적잖이 식은 듯했다. 할머니의 물품과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던 방들은 하나둘씩 빈방이 돼 갔다. 이제 나눔의집에는 9명의 할머니만 남았다.

이제 수요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우렁찬 목소리로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도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펜으로 글씨를 써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할머니조차도 드물다고 한다.

하점연(95) 할머니는 식사를 마친 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TV에서 나오는 소리는 왁자지껄했지만 할머니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얼굴에 팬 주름살에 근심이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박옥선(93)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초기 치매 증세가 있는 듯 “몰라. 난 잘 몰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노환으로 나눔의집 인근 병원에 입원 중인 이옥선(90) 할머니는 “이제 나도 아파서 증언을 잘 못해. 기억도 잘 안 나고 말을 예전처럼 잘 못하겠어”라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어 1942년 일본군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간 얘기를 꺼내다 이내 말을 멈추더니 “말해 뭐해. 일본이 사과하길 기다리는 것은 필요 없는 기다림이야”라며 고개를 돌렸다.

지난 6일 1299회차 수요집회에 참여한 김복동(91) 할머니도 “우리가 살아서는 일본의 사과를 못 받을 것 같다”며 깊은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미향(53)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더이상 할머니들에게 기다림이라는 폭력을 안겨 줘서는 안 된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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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7-09-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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