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장애인’이 빠진 ‘장애인의 날’/최지숙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장애인’이 빠진 ‘장애인의 날’/최지숙 사회2부 기자

최지숙 기자
입력 2016-04-19 18:08
수정 2016-04-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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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숙 사회부 기자
최지숙 사회부 기자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 즈음이면 전국 각지에서 관련 행사를 연다. 장애 체험부터 각종 기념식과 축제를 홍보하느라 떠들썩하다. 올해로 36회째가 되는 동안 행사의 규모와 종류는 점점 더 크고 화려해졌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축제’라며 달갑지 않은 눈치다. 장애인의 당면 문제나 요구 사항은 묵살한 채 이뤄지는 일회성 행사인 탓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안에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에서 2012년 8월부터 농성과 서명 작업을 하고 있다. 이름 대신 ‘몇 급 장애인’으로 불리는 현실, 생계 지원의 조건인 1~2급 장애인이 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지’ 설명해야 하는 참담함을 호소한다. 이 현실을 개선하자고 주장하지만 정부의 응답은 없다.

‘탈시설’ 문제도 주요한 장애인 의제다. 장애인들을 시설에 몰아넣지 말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자립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다. 중앙정부의 무응답에 장애인들은 속이 탄다. 답답한 마음으로 서울시청 앞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들의 목소리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아니라 혹시 있을 시청 난입을 막으려는 경찰들에게 전달될 뿐이다.

지난 18일엔 ‘전국 장애인부모연대 서울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에서 발달 장애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관계자 면담 요청에 서울시는 ‘시청 전 출입구 봉쇄’로 대응했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 단체들끼리 서로 주장이 달라서 요구를 들어 줄 수가 없다”면서 “예산이 없는 것을 어쩌겠느냐”고 읍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시로 저러는데(농성을 벌이는데) 그때마다 일일이 면담을 해 줘야 되느냐”고 반문하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얘기들”이라고 냉소했다.

시청 앞이 각종 장애인 시위로 들끓는 동안 키를 쥔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무응답이 최고의 대응’이라는 식이다.

대학생 때 서울 강남구의 한 특수학교에서 3년간 교육 봉사를 했다. 발달 장애와 자폐증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동생들을 돌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물론 쉽진 않았다. 진정으로 이해하고 마음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의사 표현은 서툴렀지만 장애 학생이라고 일반 학생들과 별다르지 않았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고, 학교를 졸업한 뒤 취직해서 돈을 벌어 자립하고 싶어 했다. 학교의 행사나 축제보다는 평소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 주고 끄덕여 주는 것에 더 함박웃음을 지었다.

‘불쌍하다’는 말이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것보다 더 싫다고 했다. 소풍이나 견학을 갔을 때 혀를 차며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다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저 ‘같아지고 싶은’ 소망이다. 격리되고 분리된 삶이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상.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런 평범한 삶이다. 예산이 없어서, 시간이 많이 걸려서, 우리 업무가 아니라서…. 정부는 많은 이유를 대며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뿌리치고 있다. 그러나 간단한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일단, 그들의 얘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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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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