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공직 출마자에게 소크라테스가 묻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공직 출마자에게 소크라테스가 묻다

입력 2016-03-22 22:40
수정 2016-03-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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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BC 427~347)의 외할아버지 글라우콘은 왕족의 후예였다. 가문의 후광을 믿은 까닭인지 그는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며 대중 연설에 자주 나섰다. 그런데 이 약관 청년의 연설은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했고, 연단에서 끌려 내려와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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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테네에서는 18세에 성년이 됐지만 2년 동안 군복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20세 이전에는 민회에 참석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게다가 제비뽑기로 선출되는 평의회 의원은 30세를 넘어야 자격이 주어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글라우콘의 친척이나 친구들은 어느 누구도 정치적 야망에 들떠 있는 이 청년의 호기 어린 행보를 막을 수 없었다.

그즈음 소크라테스(BC 470~399)가 이 청년을 만났다. 소크라테스는 글라우콘이 진정 국가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하나하나 캐물었다. 우선 국가 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현황, 그리고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일 구체적 방책을 물었다. 글라우콘은 그것에 대해 연구해 보지 못했다며 적으로부터 빼앗아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승전의 관건이라 할 아테네와 적의 병력 상황을 말해 보라고 했다. 하다 못해 기록을 해 놓은 것이라도 있는지 물었다. 글라우콘은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못 했다. 끝으로 소크라테스는 그가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식량 자원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역시 묵묵부답. 국가 재정과 안보, 식량 조달은 고대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가름하는 중차대한 일이 아닌가.

무엇 하나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글라우콘에게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국가에서 명성을 떨치고 칭찬을 받고자 원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행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갖추도록 노력하게. 그리고 자네가 이 점에서 타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입장에서 국사에 참여하게 된다면, 나는 자네가 소원하는 바를 아주 쉽사리 달성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하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네.”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BC 430~355)의 저작 ‘소크라테스 회상’을 통해 전해진 이 일화는 오늘날 정치에 입문해 공직에 선출되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유효한 교훈이다. 그들이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식견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준엄하게 캐물을 수 있는 소크라테스 같은 현인이 그리운 시절이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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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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