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로그]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 두 천재 제삿날이라고?

[문화계 블로그]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 두 천재 제삿날이라고?

입력 2010-04-22 00:00
수정 201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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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셰익스피어(1564~1616)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 19세기 영국의 역사학자인 토머스 칼라일이 ‘영웅 숭배론’에 쓴 얘기입니다. 그 어떤 물질적 이득보다 문화예술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물론 제국주의의 오만함을 드러낸 발언이라며 훗날 비판받기는 했죠.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우리는 그를 셰익스피어와도 안 바꾼다.’고 자랑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1547~1616)죠. 유럽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기도 했습니다.

●사망 연월일까지 똑같은 두 천재작가

두 작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망연도를 보고 이미 짐작하셨나요? 두 사람은 같은 해 세상을 떴습니다. 심지어 날짜까지 똑같습니다. 4월23일입니다. 세계가 ‘책의 날’로 지정한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겠죠.

유네스코는 1995년 총회에서 이 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했습니다. ‘저작권의 날’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죠. 당장 돈 몇 푼이 궁했던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출판사에 넘기면서 판매부수별 수익계약이 아닌, 정해진 계약금만 받았습니다. 이후 온갖 가명(假名) 작가들의 ‘돈키호테 속편’도 넘쳐났습니다. 책이 날개돋친 듯 팔렸지만 정작 세르반테스는 저작권 대접은커녕 평생 가난을 면치 못했죠.

●돈 궁하던 세르반테스 때문에 저작권의 날?

어쨌든 책의 날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풍성합니다. 우리나라도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적경영인협의회가 동네 책방살리기 운동인 ‘작은 서점은 나의 정겨운 서재’ 캠페인을 갖습니다. 전국 60여곳의 중소 서점은 책값을 절반으로 깎아주고 장미꽃을 선물합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23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어린이 낭독회를 여는 데 이어 ‘손 안 애서(愛書)’라는 이름으로 오는 11월까지 전국 59곳에서 낭독회를 쭉 이어간다네요.

그런데 글로벌 스탠더드(?)와 달리 우리만의 ‘책의날’이 별도로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10월11일입니다. 1251년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이 완성된 날입니다. 장장 240년에 걸쳐 제작된, 한국의 인쇄술과 출판술의 수준을 아시아 곳곳에 떨친 놀라운 역사(役事)였죠. 1987년 ‘한국판 책의 날’이 지정된 이후 이를 기념하는 행사 또한 비중 있게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날이든 한국의 날이든 무슨 상관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책을 보자는 것이겠지요. 그것도, 책을 ‘사서’ 보자는 것이겠지요. 작가가 살 수 있어야 출판사도, 독자도 살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출판 생태계’의 한 축에 들어와 있습니다. 책임과 권리가 비장하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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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4-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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