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김관규감독 ‘막내삼촌 리더십’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김관규감독 ‘막내삼촌 리더십’

입력 2010-02-18 00:00
수정 2010-02-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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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이 한창이던 16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정빙문제로 경기가 연거푸 지연됐다. 부슬비가 떨어졌고 날도 어둑했다. 남자 500m 1차 레이스가 끝난 휴식시간이었다. 빗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사람, 대표팀 김관규(43) 감독이었다. 담배를 쥔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메달이 유력하던 이규혁(서울시청)은 10위로 저조했고, 지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강석(의정부시청)은 4위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모태범(한국체대)이 2위로 선전 중이었다. 김 감독은 “모태범이 2차에서도 잘 타고, 마지막 조 두 명이 넘어졌으면 좋겠다.”고 농담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너무 긴장해 웃음조차 어색했다.

김 감독은 모태범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비로소 활짝 웃었다. 기분 좋게 제자의 등을 두드렸다. 바로 안타까움이 밀려온 그는 “나이순으로 땄으면 더 좋았을걸….”이라고 했다. 이규혁과 이강석, 문준(성남시청) 걱정이 먼저였다. 17일엔 이상화(한국체대)가 배턴을 이어받아 여자 500m 금메달을 땄다. 김 감독은 “(이)상화가 우는 걸 보니 나도 찡했다.”면서 덩달아 눈가가 촉촉해졌다.

김 감독은 첫인상이 친근하다. 입가엔 항상 미소가 스며 있다. 훈련 때도 온화한 표정으로 선수 랩타임을 불러준다. 잘못된 점을 지적할 때도 다독이는 게 먼저다.

그야말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긴다. 선수라면 호흡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감독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다. 그래도 선수들은 거리낌 없이 김 감독의 팔짱을 끼고 때론 애교(?)를 떤다. 티 나게 힘든 척을 하며 감독의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막내 삼촌 대하듯 정겹다. 훈련 분위기는 그래서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당연히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국가대표 운동시간인데 분위기가 너무 설렁설렁하다는 것이다. 감독은 버럭 화를 내고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인 모습, 그렇게 운동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의 시선이었다. 김 감독은 그 불편한 시선을 이겨냈다. 그는 “시대가 변했다. 선수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쪼아도 안 된다.”면서 “나는 선수 스스로 열심히 하게끔 자극을 주면 된다.”고 했다. “선생이라고 꼭 위신 세울 필요 있나. 성적이 나야 선생도 있지.”라고도 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 장거리에 출전했던 김 감독은 “스피드 스케이팅 선배로서, 또 선생으로서 지금 선수들이 마냥 사랑스럽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딸 때 왕창 따야 한다. 그래야 4년 후 본보기가 된다.”고 말하는 김 감독을 보며 제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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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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