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협정도출 주도… 양강구도 굳혀
미국과 중국은 웃었고 유럽은 울상을 지었다.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성적표’를 받아든 각국의 표정이 다양하다. 막판 협상을 주도하며 코펜하겐 협정을 이끌어 낸 미국과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양강(G2) 구도를 굳힌 반면 이 과정에서 배제된 유럽연합(EU)은 ‘환경 지킴이’ 이미지에 먹칠을 하며 빈손으로 퇴장해야 했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변화 협상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협상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국내 정치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2주간 열린 회의 마지막날 단 하루 참석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담판을 짓고 협정의 틀을 짰다. 중국은 경제성장 추진의 걸림돌이었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떨쳐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협상에서 시종일관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개도국 재정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도 정작 중국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자신감도 보여줬다.
반면 코펜하겐 회의 전부터 지구환경 지킴이로 선도적 역할을 해온 EU는 막판 결정과정에서 소외되면서 씁쓸히 퇴장해야 했다. EU는 17일 교착상태에 빠진 회의를 풀기 위해 주요 당사자 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 5개국이 모여 코펜하겐 협정문을 작성하는 자리에는 빠지면서 “멍석만 깔아주고 미국과 중국의 들러리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얻은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글로벌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설립 계획을 발표해 환영을 받았다.
아프리카 국가는 기후협상의 명실상부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이해득실에 따라 선진국 또는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과 협상을 벌이면서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12-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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