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정보원 잘못된 공생
2007년 8월29일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록가수 전인권(55)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강원지방경찰청에 붙잡혀서다. 1987·92년 대마초 흡연, 98·9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수감생활을 한 데 이어 5번째였다. 한 마약 판매책은 “전씨는 당시 필로폰 100g대 판매책의 밀고로 검거됐다. 전씨는 구속됐고, 판매책은 그 대가로 풀려 났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급 연예인 한 명만 불면 100g이든 200g이든 양에 상관없이 무조건 풀려난다.”고 털어놨다.
마약사범에 적용되는 ‘조건부 유죄협상(플리바게닝)’이 온갖 폐단을 낳고 있다. 마약을 투약하거나 판매를 하다 검거돼도 마약 관련자들을 불면 풀려난다. 마약 판매책들은 이를 악용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보원(야당)들을 활용한 검경의 수사방식도 각종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일부 검경은 야당들과 손을 잡고 ‘은밀한 거래’를 한다.
한 판매책은 “투약자나 판매책들은 다른 투약자나 판매책을 불면 풀려난다. 이게 관례”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작업인원(검경에 밀고하는 인원)은 5명 정도이지만 전과 유무, 전과 3범 이상은 출소 뒤 3년 경과 여부 등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판매책들에 따르면 전과 3~4범은 출소 뒤 3년 이상 지나야 검거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
3년 이전에 투약 또는 판매로 적발되면 작업인원은 5명을 넘는다. 투약도 하고 마약도 소지하면 판매책을 불거나 마약 몇g 정도를 압수물량으로 채워줘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이런 수법을 많이 이용한다. 한 판매책은 “돈 있는 사람들은 검찰에 붙잡히면 야당을 먼저 찾는다. ‘수사당국이 5명 작업하면 풀려난다고 하니 5명만 작업해 달라.’고 부탁한다. 야당은 돈을 받고 작업해준다.”고 전했다. 비용은 작업인원 1명당 250만원. 판매책들은 검거에 대비해 밀고할 투약자를 양성하기도 한다.
야당들은 매달 일정 정도의 판매책이나 투약자를 밀고하고, 활동을 보장받는다.
한 판매책은 “수사당국은 한 달에 몇 명씩 검거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조건으로 야당들이 마약을 팔도록 놔두기도 한다.”고 했다. 압수물의 양을 채워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밀반입책을 조작, 체포되게도 한다. 한 판매책은 “조선족 따이공들이 작업 명목으로 많이 희생된다.”고 주장했다.
검경은 야당들의 활약이 클수록 보상금을 두둑이 받는다. 야당들도 밀고 대가로 보상금을 받기도 한다. 마약류 보상금 지급규칙에 따르면 압수물량의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금이 지급된다. 한 판매책은 “검경은 야당들을 통해 실적도 올리고 보상금도 받고, 승진도 한다. 야당들도 밀고 대가로 돈을 받고, 활동도 보장받는다.”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주장했다.
탐사보도팀
2009-12-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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