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사용 금지 청구를 직원 상대 취업금지訴 가능
# 사례 A사는 산업용 기초화학물 및 청화 소다(사이안화나트륨) 제조사다. 40년 전 미국 업체에서 생산기술을 도입해 30여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런 화학물질을 제조하고 있다. 이후 기술 개량을 위해 일본 업체로부터 별도의 기술과 촉매를 도입하는 등 생산기술을 수차례 개량함으로써 A사는 해당 제품과 부산물, 제품생산에 대한 영업비밀을 보유하게 됐다. A사는 해외 업체들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이 기술에 대한 독점적 실시권을 부여받는 대신 해당 기술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이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등에서 임직원들에게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했고, 전직원에게 비밀유지의무 준수 서약서와 각서도 받았다. 김모씨는 A사가 해당 제품을 독점제조하기 시작한 직후 A사에 입사해 20년 넘게 제품의 생산 및 기술 담당 업무를 해왔다. 그런데 최근 B사가 미국 관련사로부터 A사와 같은 제품 및 촉매 제조기술을 도입해 같은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B사의 발표 한 달 만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B사로 옮겨 더 높은 직위와 보수를 보장받고 있다.
Q B사가 도입하기로 한 제조기술은 A사의 것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A사가 도입한 미국·일본 업체의 제조기술을 토대로 한 것이다.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A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A 부정경쟁방지법 2조 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제상의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업비밀의 비공지성 ▲경제적 효율성 ▲비밀관리 유지가 영업비밀의 3대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알려지지 않은 정보로, 경제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 또 가치가 있는 비공개 정보라고 해도 관리하지 않으면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다. 서약서를 받거나 ‘대외비’ 표기를 하고, 시정장치가 되어 있는 창고나 금고 등에 보관하는 것 등도 관리로 볼 수 있다.
이를 비밀로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영업비밀을 사용·공개하는 경우, 또 중대한 과실로 이런 공개된 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공개하는 경우는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A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당 제품을 제조했고, 직원들에게 각서를 받는 등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볼 때 A사가 보유한 영업비밀은 비밀로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또 김씨는 해당 제품의 제조기술에 대한 영업비밀을 준수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에 A사를 퇴직한 뒤에도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김씨가 B사에서 해당 제품 관련 업무에 종사할 경우 A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A사는 김씨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 10조 1항에 따라 ‘영업비밀의 사용 등 금지’를, B사에 대해서는 김씨로부터의 ‘영업비밀 취득 등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침해 금지 또는 예방 등을 위해 김씨가 해당 제품의 제조·판매 및 보조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다.
김씨가 B사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를 금지시키지 않고서는 A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김씨를 상대로는 ‘취업금지’, B사를 상대로는 ‘고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현재 A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점, A사가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 등으로 볼 때 이런 조치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성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09-11-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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