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3명 초빙 글로벌 연구실 운영”
“국제화=영어화’라는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 중국화도 국제화다. 중국 학생들을 끌어와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함께 지낸 중국학생 룸메이트가 10~20년 뒤 가장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이들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가 될 것이다.” 건국대 오명 총장의 얘기다. 그는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의 주인이 된다.’고 강조한다. 과학기술인, 행정가, 교육자로서 살아온 30여년간의 경험을 담은 ‘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라는 자서전에서다. 올해 고희를 맞은 오 총장으로부터 교육 개혁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건국대 오명 총장이 23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확대, 차세대 해외동포 전형의 신설 등을 통한 건대 발전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대학마다 국제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건국대의 글로벌화 전략은 무엇인가.
-이제는 중국화도 국제화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10~20년 뒤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몇십년 후를 생각한다면 국제화도 영어위주가 아니라 다변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건대 유학예비반을 중국의 자매교에 9개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국 각 성(省)의 명문대학과 자매결연을 하고 학생 및 연구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우수한 중국유학생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런 경로로 우리 학교에 해마다 700명 이상의 중국유학생이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어 강의도 도입한다. 중국유학생뿐만 아니라 전체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유학생의 관리와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래서 올해 국제학부를 신설했다.
→중국 학생들의 학습태도는 어떤가.
-대단하다. 난징대학에서 특강을 2시간 했다. 조는 애들이 한 명도 없기에 나중에 물어봤다. 그러자 “아니, 학생들이 왜 조느냐.”라는 반문이 나오더라. 중국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일본이나 우리나라보다 좋다.
난징대학 대학원생이 2만명이고 박사과정만 5000명이다. 변방에 있는 쓰촨대학도 박사과정생이 3000명이다. 중국에서 나오는 논문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 가능하면 중국학생들과 룸메이트를 하도록 권장한다. 건대에 와서 유학할 정도면 그 나라에서 차세대 리더들이다. 중국학생들과 파트너를 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가며 중국학생들과 한국학생과의 교류를 넓힐 생각이다
→공동연구 프로젝트는 어떤가.
-우리 학교에 주목해야 할 것은 ‘연구네트워크의 국제화’다. 노벨상 수상자 3명을 석학 교수로 초빙해 우리 연구진과 함께 3곳의 ‘KU 글로벌연구실’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세계적인 대학, 연구소,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착착 구축하고 있다. KU글로벌랩은 기존에 다른 대학들이 해오던 노벨상 수상 석학들을 모셔다가 특강 잠깐 하고 가던 그런 방식이 아니다. 그분들의 연구실을 아예 건대에 두고 함께 연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저 콘버그 교수는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다. 스탠퍼드의 실험실보다 우리 실험실이 더 좋다고 하더라.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두고 말들이 많다.
-과외를 줄일 수 있는 일리있는 전형이다. 올해 건대는 1박2일 동안 합숙하면서 자기추천제 전형 학생들을 선발했다. 학교차원에선 많은 예산과 자원이 들어가고 힘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전형을 통해 단순히 수능 점수가 아니라 다양한 소질과 잠재능력을 가진 인재를 뽑을 수 있었다.
2010학년도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6가지로 늘린다. 선발정원도 2009학년도 90명에서 305명으로 확대한다. 지원자의 전공 적합성, 인성과 재능, 잠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뽑을 예정이다. 고교생활 동안 특별한 경험이나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자질이 있거나 재능을 보유하고 있어, 지원하는 전공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KU입학사정관전형 2(자기추천 전형)의 모집인원을 2009학년도 15명에서 2010학년도에는 60명으로 4배 이상 늘린다.
→올해 새롭게 도입한 전형이 있나.
-해외 한국인학교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세대 해외동포 전형’을 신설한다. 다문화 세대를 겨냥한 ‘틈새전형’이다.
→인성과 교양교육을 강조하는데 어떻게 인성교육을 시킬 것인지 듣고 싶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올바른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 조직의 한 사람으로 융화될 수 있는 사람, 여기에다 조직에 도움을 주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다. 요즘은 기업들도 신입사원 선발 때 전공의 깊이보다는 인성을 먼저 본다.
건대는 학생들의 전공 교육과 더불어 풍부한 소양과 교양을 갖출 수 있도록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교양강좌 프로그램인 100분(分)100강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만든 것이다. 전 학문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그 분야 최고의 전문인을 강사로 초청, 매주 새로운 주제별 특강을 제공한다. 강의 내용은 동영상으로 만든다.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들을 수도 있다.
→고교의 문·이과 구분을 없애자는 게 지론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고교에서 문·이과를 나누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곤 별로 없다. 우리는 일본학제를 그대로 받아서 구분된 상태다. 미국 고교에는 이런 개념이 없다. 예일대의 경우 학부생이 모두 12개의 기숙형 칼리지로 나뉘어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학과목을 택해서 공부한다. 음악이나 영화를 공부하는 학부생들이 생물학을 함께 공부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대학은 4년 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되자 마자 가장 먼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다. 말하자면 의대를 없애고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너나 없이 의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부 과정을 마치고 의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는 구조다. 풍부한 교양과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선진 대학들은 모두 이런 시스템이다. 그래야만 미래의 수요에 대응하는 윤리의식이 있고 교양도 풍부한 의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로스쿨도 이런 시스템이다.
→건대에서 문과 이과 장벽을 없앤 사례가 있나.
-올해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공학과 경영학을 결합한 기술경영(MOT)학과를 학부과정에 신설했다. 이 학과는 경영대학 소속이다. 하지만 이공계 다전공 학생들에게도 개방한다. 올해 신설한 자율전공학부에서도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80대40으로 섞어 뽑았다.
글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2009-03-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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