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창극으로 돌아온 ‘변강쇠뎐’

30년 만에 창극으로 돌아온 ‘변강쇠뎐’

입력 2008-12-20 00:00
수정 2008-12-2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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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와의 뜨거운 사랑이 뭐가 나빠”

평안도 월경촌에 계집 하나 있으되…열다섯에 얻은 서방 첫날밤 잠자리에 급상한에 죽고,열여섯에 얻은 서방 당창병에 튀고,열일곱에 얻은 서방 용천병에 펴고,…서방에 퇴가 나고 송장 치기 신물난다.…이때에 변강쇠라 하는 놈이 천하의 잡놈으로 삼남에서 빌어먹다 양서로 가는 길에 년놈이 오다가다 청석골 좁은 길에서 둘이 서로 만나거든….변강쇠와 ‘서방마다 작살내는’ 옹녀가 엮어내는 이야기,‘변강쇠가’의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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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열두 마당의 하나이지만 판소리보다는 영화 ‘가루지기’,연극 ‘옹녀 이야기’ 등으로 대중에게 더 익숙한 변강쇠전이 30년 만에 창극으로 부활했다.세종문화회관이 2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올리는 ‘남산골 변강쇠뎐’은 변강쇠와 옹녀가 남산골 장승으로 서 있게 된 사연을 풀어낸다.

연출을 맡은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서울시극단장은 “변강쇠와 옹녀의 사랑은 생명력있는 뜨거운 사랑이지 나쁜 것이 아니다.”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전통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명창 “데뷔작이라 더 애착가”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안숙선 명창의 출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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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입단한 뒤 처음 맡은 역할이 변강쇠전에서 꽹과리를 치는 것이었어요.세살짜리 딸을 막 뒤에 앉혀놓고 무대에 나왔는데 아이도 덩달아 뛰어나와 졸지에 같이 데뷔를 하기도 했죠.”

그에게 변강쇠전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첫 무대로 끈끈한 애정이 싹튼 만큼 사이사이 변강쇠전을 무대에 올리려고 했지만 ‘속되고 야한 줄거리’라는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기획공연을 선보이자.”는 이청승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김 단장이 만나면서 실현됐다.

더구나 얼떨결에 데뷔한 안 명창의 세살짜리 딸은 이번에 무대 한 편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며 흥을 돋울 예정이니 더욱 뜻깊을 수밖에….

안 명창은 당시의 낡은 대본을 꺼내 김 단장과 머리를 맞대고 각색에 들어갔다.조선 후기 우리 가락의 대가 신재효가 정리한 사설을 바탕으로,박동진 명창이 남긴 변강쇠전 완창본을 참고했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현대적 감각을 담고 연극적인 요소를 강화했다.변강쇠와 옹녀의 다소 낯뜨거운 사랑은 그림자극으로 표현하고,관객의 흥을 돋우고 얘기를 이어주는 도창,강쇠·옹녀·봉사·뎁득이 등 다양한 인물,고수·해금·아쟁·거문고·대금 등의 연주가 어우러진다.

●낯뜨거운 사랑 장면 그림자로 표현

안 명창은 도창으로 나서는 유수정 명창과 무대에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한바탕 소리를 하는 소리꾼들에게 “느그들 오늘 소리 잘헌다.큰 명창 되겄어.차나 한 잔 하면서 목 좀 축이세.”하며 사랑방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안 명창은 “변강쇠가 장승을 뽑아 만병을 얻은 장면에서는 병명과 처방약들의 옛 이름이 나오고,문제를 해결하러 장님을 찾아가거나 요즘의 ‘완벽남’같은 뎁득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등 변강쇠전에는 옛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우리 것을 발견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강쇠 역은 임현빈,옹녀 역은 김지숙이 맡는다.광주비엔날레 국악계 판소리 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윤충일이 봉사·가객·엿장수 등으로 변신한다.백현호가 북,신현석이 해금,신현식이 아쟁,최영훈이 거문고,이현주가 대금을 잡는다.1만∼2만원.(02)2261-0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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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8-12-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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