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비튼 ‘일본판 드레퓌스’
평범한 청년 가네코 테페이는 아침의 만원 전철에 몸을 싣고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목적지에 내린 가네코의 손을 한 소녀가 갑자기 잡았고,잠시 후 그는 여성을 괴롭힌 현행범으로 체포된다.이어지는 경찰과 검찰의 강압적인 태도와 어이없는 회유에 맞서 가네코는 무죄를 주장한다.이윽고 치한으로 기소된 그에게 유죄 선고 확률 99.9%의 재판은 버거운 전쟁에 가깝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죄를 뒤집어쓴 무고한 사람의 투쟁기로 먼저 읽힌다.사법제도와 관료사회가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사이,모순과 문제점이 상존하는 폭력적인 현실과 제도가 한 남자의 의지를 시험한다.여기에서 멈췄다면 범상한 법정영화로 남았을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보다 폭넓은 주제로 팽창하고자 한다.
수오 마사유키가 피의자의 진실과 함께 시험대에 올려놓은 대상은 관객의 선입견과 사회의 지배적인 편견이다.140여분에 이르는 상영시간 동안 그날 전철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영화는 억울한 남자에 대한 동조와 연민을 구하는 대신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관과 관객을 나란히 피고석에 앉힌다.일례로 어딘가 억눌린 모습의 남자,별다른 직장이 없는 남자는 종종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히곤 한다.사회의 질서와 범죄 예방을 이유로 그들이 형을 언도받는 배경에는 사회의 암묵적 합의와 공모가 자리하고 있다.
가네코 사건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이 변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진실이 혼란에 빠지고 자유와 정의가 도전받을 때 항상 언급되는 ‘드레퓌스 사건’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읽기 위한 좋은 지침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드레퓌스 사건에서 두드러졌던 지식인의 올바른 역할은 작금에 이르러 대중의 몫으로 넘겨졌다.그 첫걸음인 진실의 탐구에 대중이 힘을 쏟는다면,제2의 가네코 사건은 쉬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원제 ‘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감독 수오 마사유키,11일 개봉.
영화평론가
2008-12-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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