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치료 받으면 70%가 완치·완화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정신과 질환이 암 등의 난치성 질환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환자가 많은 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만큼 환자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특히 ‘강박증’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환자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마음의 병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47) 교수를 만나 강박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강박증은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가 강박증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강박증이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머릿속에 계속 반복적으로 불쾌감이나 불안감 등이 떠오르고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병을 말한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강박관념’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몸에 닿지 않았는데 마치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드는 것과 같은 증상이다.
●환자 절반이 청결에 집착
강박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지나치게 청결에 집착한다. 무엇인가 흐트러져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고야 만다. 손을 수백번씩 씻거나 샤워를 하루에 5∼10번씩 하는 환자도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균이 자신에게 달라붙어 병에 걸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강박증 환자 중에는 청결에 집착하는 사람이 가장 많지만 문단속, 가스 잠그기 등에 집착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반복적으로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죠. 성적인 상상이 저절로 떠오르는 환자도 많아요. 어떤 물건이 있으면 상하좌우 대칭을 맞춰야 하는 환자도 있지요.”
강박증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증상이 더 악화된다. 경제적인 실패, 정신적인 충격 등이 강박증을 부르는 중요한 원인이다. 예를 들어 성폭행을 당한 뒤 손을 계속 씻는다든지, 갑자기 해고당한 뒤 책상을 지나칠 정도로 깨끗이 정리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들면 발병 거의 없어
남녀 발병률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청소년기에는 남성의 발병률이 약간 높다. 학계에 따르면 강박증 환자의 평균 나이는 20세로, 남녀 통틀어 중장년층보다 청소년 환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강박증의 두가지 전형적인 증상은 ‘양가감정’(兩價感情)과 ‘마술적인 사고’다. 양가감정은 어떤 일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마술적인 사고는 어떤 상상을 했을 때 그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말한다.
이 두가지만 놓고 보면 유·소아기에도 일부 강박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린이의 뇌는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상상이 곧 현실로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도블록 위를 걸어갈 때 한가지 색깔만 밟고 가는 아이가 있죠. 같은 색깔만 밟으면 어떤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어린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강박증 환자로 볼 수는 없어요. 강박증은 뇌가 어느정도 성장했을 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강박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 병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환자가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박증을 ‘비밀의 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강박증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돼 완치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로 전체 강박증 환자의 25%만 완치된다. 나머지 45%는 부분적으로 증상이 완화되고 30%는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초기 환자는 상담·행동치료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면 약을 먹지 않고 상담이나 행동치료를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행동치료는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스스로 억제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청결에 집착하는 환자에게 더러운 물건에 손을 대도록 하고, 이후 일정 시간 동안 참는 습관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손을 10차례 씻으면 3차례만 씻도록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도록 돕는다. 점차 횟수를 줄여가면서 억제력을 높이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난 지 5∼10년이 지난 환자에게 행동치료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 강박증이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우울증 치료제나 정신분열병 치료제 등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신약이 많이 개발돼 강박증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강박증은 귀신들린 병이나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기도로 해결할 수 있는 병이 아니란 뜻입니다. 가능한 한 일찍 병원을 찾아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으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보험가입 거부 등 편견 사라져야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사회생활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 일부 민간생명보험사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들어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 등 사회적인 편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꿔야 할 대목이다.
“정신과 학계가 나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준비하고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강박증은 자살과 거의 관련이 없지만 보험가입을 거부당하고 있지요. 우리 사회가 환자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08-10-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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