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EBS의 언어·논술 영역을 집필·강의한 강사로서 우리나라 공교육의 정말 소중한 자산인 EBS가 공교육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첫째, 국민의 세금을 남의 돈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EBS에서 제공하는 무수한 대입 강의 중에서 학생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강의가 얼마나 많은가.EBS는 공교육 기관이므로 사교육 업체처럼 돈벌이가 되는 것만을 제공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돈벌이가 되는 것만을 제작하라는 말이 아니다. 돈을 알차게 써서 제대로 제작하라는 말이다.(개인적으로 EBS의 다큐 프로그램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중학생이나 고 1·2학생에게 재미있는 영화나 뮤직 비디오보다 EBS 다큐의 이런저런 프로그램은 꼭 보라고 프린트까지 해서 소개한다.)
그러나 EBS의 입시 프로그램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학생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외면하는 입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 책임자가 문책을 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안타깝게도 EBS에는 없다.
입시를 앞둔 학생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은 실패한 기획물들을 만들고도 책임자들이 긴장하지 않는 조직, 그리고 학생들의 프로그램 선호도에 대한 분석과 반성이 게으른 조직. 그런 문화를 가진 조직이 실패한 제작물에 대한 쓰라린 책임을 져야 하는 조직과 경쟁이 되지 않으리란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둘째, 최고의 입시 전문가를 영입하라는 것이다. 최고의 입시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학부모와 학생들의 애타는 요구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교재와 강의를 제작할 수 있다. 학생들이 EBS의 무수한 강의와 교재 중에 무엇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묻는다. 정말 17년간 가르쳐온 나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교재와 강의가 많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은 교재와 강의가 아니다. 학생들의 요구를 깊이 있고 폭넓게 반영하는 양질의 교재와 강의가 필요한 것이다. 최고의 입시 전문가·출제진·기획자·강사들이 치열하게 연구하여 만든 제작물들을 어떻게 학생들이 외면할 수 있겠는가.EBS는 그런 작품급의 제작물들을 어느 사교육 업체보다도 잘 실현할 수 있는 열정적인 PD들과 기술진이 모여 있는 소중한 기관이다. 도대체 어떤 사교육 업체에서 이런 인재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단 말인가.(다른 사교육 인터넷 업체들의 현실은 여기에 쓰지 않겠다.)지난 4년간 셀 수도 없이 확인한 EBS의 문제점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지혜와 열정을 가진 프로페셔널한 집단도, 그러한 시도도 없다는 것이다.
셋째, 제작에 실제 참여하는 PD와 스태프들에게 성과급 제도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EBS 입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1000번 이용한 강좌나 10만번 이용한 강좌나 똑같이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운영 방침은 평등한 것이 아니라 나태한 것이다.
때문에 입시 프로그램을 맡은 PD들은 자신의 제작물이 시청자인 학생들에게 호응을 받을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EBS가 요구하는 기간에 맞추어 많은 편수를 제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어이없는 제작 원칙 아래에서 어떤 강사와 PD가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 학생들의 애타는 요구에 부응하려고 하겠는가.
공기업일지라도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경쟁이 수반될 때만이 EBS 수능 방송도 인정받고 공교육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EBS 수능 방송 책임자들의 자기 혁신이 따르지 않는 한 학부모들의 희생을 쥐어짜서 나온 교육비가 메가스터디와 그들을 모방하는 다른 인터넷 사교육 업체 쪽으로 쏠리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EBS언어논술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