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학계, 삼성판결 장외 법리 논쟁

법조·학계, 삼성판결 장외 법리 논쟁

오이석 기자
입력 2008-07-23 00:00
수정 2008-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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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 판결에 대한 장외 법리 논쟁이 뜨겁다.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배정방식이 핵심 쟁점이다.

같은 사안 다른 판결

삼성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민병훈)는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하면서 기존 법인주주인 삼성물산·제일모직·중앙일보 등에 우선권을 줬는데도 법인 주주들이 이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법인주주들이 속한 회사가 손해를 본 것이지 에버랜드가 손해를 입은 것은 아니며 전환사채의 배정도 주주배정 방식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건희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만을 일부 인정, 유죄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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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법원은 전환사채의 저가발행 행위에 대해 회사의 손해를 인정, 유죄 판단을 내려왔다. 회사 자금을 마련할 사정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구조 변경을 위한 저가발행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는 취지다.

2005년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이사들도 1·2심에서 모두 유죄선고를 받았었다. 또 대법원은 2001년 비상장회사인 맥소프트뱅크 사건에서 불필요한 저가 전환사채 발행에 대해 유죄선고를 내린 바 있다. 맥소프트뱅크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고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대법원은 “발생 당시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없었고 단지 주식전환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얻을 의도로 발행했다.”면서 “1주당 적정시가 1만원과 전환가 3000원의 차액인 7000원에 발행주식 20만주를 곱한 14억원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손해발생 위험만으로 기소는 기업활동 위축시켜”

전환사채 저가 발행에 대한 법원의 유죄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기업사건을 많이 맡고 있는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순 자본이 증가하는 것을 손해라고 평가해 범죄자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면서 “손해발생의 위험만으로 특별법을 적용해 기소와 중형선고하는 것은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기업에 대한 경영이라는 것이 단지 법논리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면서 “법은 법자체로의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번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법대 이철송 교수도 이번 판결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2006년 7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하는 ‘인권과 정의’에 “자본거래와 임원의 형사책임”이란 제목으로 2005년 에버랜드 사건의 1심 판결 내용을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현재도 당시 게재한 논문 내용의 내용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논문에서 삼성사건의 핵심인 전환사채의 저가발행과 배정방식의 문제에 대해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도 회사의 재산은 순수하게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재판부와 같은 논리를 폈다.2005년 사건에서 제3자 배정방식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회사법적 논리에서 제3자에 대한 저가발행이라는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 논리 잘 이해 안돼”

하지만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중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건의 전개 등을 보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정도로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른 내용”이라면서 “명백한 내용을 자신이 해석한 법논리만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도 “법원은 그동안 임원의 형사책임에 대해 기업에 작은 손해가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는 것만으로도 유죄 판결을 해왔으며 이는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해 왔기 때문”이라면서 “1심 재판부 논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강대 법대 장덕조 교수는 2006년 10월 법조협회가 발간하는 전문지 ‘법조’를 통해 “회사법적 시각으로 전환사채 저가발행시 회사가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주장은 상법의 관점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한양대 이철송 교수 논리를 반박한 바 있다.

장 교수는 또 “주주배정인 경우 저가발행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현재 국내 학설과 거리가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주주배정에 대한 저가발행의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배권으로서의 주식에 대해 미국은 적정가로 발행했더라도 무효가 된다.”고 미국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08-07-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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