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개성파 연기자 성지루(40)와 정웅인(37)이 스크린에서 뭉쳤다. 영화 ‘잘못된 만남’(제작 씨네라가 픽쳐스·새달 10일 개봉)에서다. 서울예대 연극과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조연급으로 활약했지만, 한 작품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년 전 캠퍼스에서 복학생이었던 성지루 선배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생생해요. 햇빛이 내리쬐는 강의실에서 자기 군대, 학업부터 연애까지 경험담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데, 너무나 재밌게 얘기하는 통에 푹 빠져들었죠.”(정웅인, 이하 정)
“그때도 참 서글서글하고 얘기가 참 잘 통하는 후배였어요. 어떤 말을 해도 장단을 잘 맞춰 주는 ‘추임새’를 아는 친구였죠.”(성지루, 이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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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으로 만난 ‘17년 지기´ 대학 선후배
영화 ‘두사부일체’‘가문의 영광’ 등을 통해 색깔 있는 조연으로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이들은 이번에 당당히 투톱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이들의 조우는 ‘뜻깊은 만남’인 셈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주인공을 꿈꾸지만, 전 아직도 주연으로 극을 혼자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엔 ‘뭔가 어정쩡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지루 형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죠.”(정)“조연을 할 때도 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역할의 경중보다는 관객들과의 소통을 먼저 생각하죠. 개인적 욕심도 중요하지만 우선 작품이 성공해야 연기자들도 존재하는 것이니까요.”(성)
‘잘못된 만남’은 얽히고 설킨 두 친구의 끈질긴 인연을 소재로 한 영화. 극중 호철(성지루)과 일도(정웅인)는 고등학교 때 삼각관계, 군대에서 고참과 쫄병으로 만난 것도 모자라 쫓고 쫓기는 경찰과 택시기사로 마주친다. 그러나 단순 코믹물이라기보다 부성애와 우정을 담은 휴먼 코미디에 가깝다. “코믹 연기를 너무 절제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멜로 연기와는 또 다른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 딸을 낳아 싱글 파더 연기는 감정 몰입이 수월했던 것 같아요.”(정) “사람에 대해 욕심을 내는 편은 아니지만 주위에 20,30년 지기 친구들이 많아서 둘의 끈질긴 우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연기면에서는 연극할 때 혼자 2시간씩 이끌어 가던 긴 호흡의 연기를 되찾고 싶었어요.”(성)
●“우리 이번엔 ‘잘’만난 거 맞지?”
요즘 불황을 맞은 충무로는 스태프들뿐만 아니라 연기자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보릿고개다. 관객 200만∼300만명 규모의 중박영화가 줄어들면서 조연배우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좋은 감독, 영화사와 일하고 싶지만, 요즘엔 완성도를 갖춘 시나리오 자체가 많이 줄었어요. 영화계에 투자가 밀려들었을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영화인들의 책임이 크죠.”(성)“우리 정서를 반영한 한국형 코미디들이 제작조차 안 되는 상황이에요. 영화는 현장감이 중요한데, 찍은 뒤 몇 년이 지나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면 안타깝죠.”(정)
때문에 충무로는 개성과 연기력으로 뭉친 이들의 만남에 더 주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의 생각은 어떨까.
“전 가슴 든든한 만남이었어요. 서로 조연을 오래 했기 때문에 기싸움보다는 배려하는 ‘공생의 미학’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죠.”(정)“제겐 마치 잃어버린 동생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만남이었어요. 영화 제목과는 달리 이번엔 제대로 만난 것 같아요.”(성)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2008-06-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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