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나지않은 휴전회담 18년의 비화
7월 27일-휴전이 조인된지 18년. 그동안 때로는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긴장속에, 때로는 북괴측의 생떼속에 진행된 판문점 회담에는 신문에 보도되지 않은 비화도 많다. 각 일간신문사 판문점 출입기자들의 방담을 통해서 알려진 비화중의 하나는 북괴기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물품이「콘돔」이라는데-.
참석자
각사(各社) 판문점 출입기자
박승탁(朴升鐸)(한국일보 사회부장대리)
최규장(崔圭莊)(중앙일보 사회부)
조홍래(趙弘來)(동화통신 사회부)
노창식(盧昌植)(현대경제일보 사회부)
강형석(姜亨錫)(서울신문 외신부)
잦은 숙청…「콘돔」써「섹스」해결하는 북괴
상납을 위한 낚시바늘도 크게 인기를 끌고
비화(秘話)중의 비화
A=판문점에서 휴전이 조인된지 올해로 18년. 냉전의 전초지인 이 판문점은 때로는 자유진영과 공산권의 대화의 광장으로 이용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정치선전장으로, 욕설장으로도 쓰여왔는데 판문점 취재에서 이제까지 신문에 기사화되지 않은 재미있는 비화들을 중심으로 얘기해 봅시다.
B=북괴기자들은「콘돔」을 좋아한다, 이런 비화는 어떻습니까.(웃음)
C=비화중의 비화군-.
B=판문점에 오래 출입하다보면 북괴 기자들과 낯을 익히게 되고 때론 평화「무드」(?)속에 1대1로 접촉할 때도 있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인기품목의 하나가「콘돔」.
E=그게 뭐 가족계획에 쓰자는게 아니지.(웃음)
A=남녀가 허락없이 좋아하다 임신이라도 하면 큰일 나는 것이 북괴형편. 몰래 중절수술을 할 수 없는데다가 임신이 알려지면 숙청은 뻔한 일이니까 오입이야말로 큰 고민거리라는 거지. 그래서 그쪽에선 구할 수 없는「콘돔」이 판문점 옥외회담(?)중 가장 인기있는 품목.
B=그밖에도 인기품목이 많은데 이를테면 낚시바늘- 이건 아마 상납용인 모양이야.
C=「라이터」, 화장품도 인기품목이고, 시계도 탐내는 물건이긴 하지만 이건 눈에 띄게 마련이니까 감히 용기를 내는자가 적고….
회의중 자리 못뜨는 관례로 금기도 많아
“오줌통 커야한다” “물을 마시지말라” 얘기도
물 안마시기 싸움
A=판문점회의는 치열한 입씨름을 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침묵속에 버티기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
최장시간 버티기 기록을「마크」한 것은 장장 11시간 35분, 69년 4월 10일 2백89차 본회의가 열렸을 때.
판문점회의는 관례상 회의도중에는 자리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소변을 누러갈 수도 없는 형편.
E=이때문에 회의 대표들은 지구전에 대비, 회의가 시작될 3일전부터 물은 물론 물기많은 음식도 일절 먹지않는다더군.
D=언젠가 한번은 안건없이 눈총싸움만 하던 북괴대표가 4시간을 끌던중 소변이 마려워 움츠리고 오만살을 하며 버티다 결국 벌떡 일어난 일도 있지.(웃음)
E=그래서 기자들은「누가 오줌통이 더 크나 하는 싸움」이라는 말도 하고.(웃음)
세뇌받은 비둘기들
C=오래전이지만 북괴측이 느닷없이 비둘기장을 마련하고 30여마리의 비둘기를 갖다 놓았는데, 그놈들이 북괴측의 녹색건물에만 앉아 이상하다 했더니 우연히 그 수수께끼가 풀린 일도 있지.
D=그런데「유엔」측 건물 지붕색깔이 벗겨져 하늘색 칠을 다시했는데 하늘색이 약간 달라지니까 비둘기들이「유엔」측 사무실 지붕으로도 마구 날아오게 된거야. 이를 본 북괴감시병들, 당황한 나머지 모조리 잡아다 후송해 버렸지. 그후 몇 달이 지나자 다시 훈련시킨 비둘기들을 갖다 놓았는데 역시 하늘색지붕은 외면. 결국 북괴들이 비둘기에까지도 철저한 세뇌공작을 실시한다는 걸 실증한 셈이지.
북괴대표(北傀代表)날린 필름작전(作戰)
B=약간 색다른 이야기지만 판문점을 정치선전장으로 만들어놓은 북괴가 상습적인 선전을 펴다 꼬리를 밟혀 완전히「스타일」을 구긴일이 있지. 제「3백차」본회의땐데 북괴대표 이춘선(李春善)은「3백차」를 기념하기 위해 회의를 요청했고 미리 준비했던 장황한 선전을 벌이기 시작, 한강다리밑에는 판잣집이 늘어서있고 실업자가 7백만명이나 되고있다는 등 상투적인 말을 되풀이 했는데「유엔」측은 미리 북괴가 틀림없이 상투적인 선전을 할 것을 미리 예측했던 것.
그래서 한국의 발전상을 기록한 천연색「필름」한편을 준비해두었지.
예상은 적중. 거품을 뿜던 이춘선의 선전이 끝나자,『이것이 네가 말한 서울의 부패상(?)이다』고 응수하면서 재빨리 기록영화를 돌렸지.
D=그때「유엔」측의 사전준비는 빈틈이 없더군. 이춘선의 연설이 끝나자 밖에 흩어져있던 미군 경비병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회의장 창문크기와 똑같은「베니어」판을 일제히 들고나와 회의장문을 가려 방안을 어둡게 해주더군.
이어「패티」김의 서울의 찬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고층「빌딩」으로 들어찬 서울시가 지·고속도로·울산공업단지 등 발전상을 샅샅이 비춰주었지.
A=이 때 이춘선을 보니 얼마나 당황했던지 담배를 거꾸로 물기까지 하더군.(웃음)
파랗게 질린채 뒤에 서있던 한주경이 퇴장해버리자고 제의하는 듯 이춘선에게 귀엣말을 건네자 핏대가 나 체념이라도 한듯이 이춘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도. 또 북괴대표들중 뒤에 앉아있던 사람은 잘보이지 앉자 고개를 빼다못해 슬그머니 일어나서 열심히 보기도 하더군.
C=이 때문에 이춘선은 북괴 판문점대표중 단명기록이 돼버렸지.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평양으로 돌아간 다음 회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표를 바꾸고 이춘선은 숙청되었다는 것.
E=말하자면 한권의「필름」이 북괴대표의 모가지를 날린셈.(웃음)
높이기 경쟁
B=판문점 회담이 열리는 건물은 휴전협정 규정에 따라 공동경비구역 직경 8백m의 타원형 벌판 한가운데 서있지. 목조 직사각형 건물이 군사분계선상에 서있고 책상도 이 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에 두줄로 놓여있고.
A=냉전은 맞붙어있는 책상에서부터 시작되지. 휴전회담 초창기「유엔」측대표「조이」제독이 회의장에 2「피트」높이의「유엔」기를 세워두었는데 휴회를 한 뒤 다시 입장해보니 북괴쪽이 약간 더 높은 기를 갖다 놓았다는 것.
의자도 당시 북괴대표 남일(南日)이「유엔」대표것 보다 더 높은 것을 썼지.
B=결국 양측이 깃대높이기·의자높이기 경쟁을 벌인 셈인데, 회담장소내의 기물 등을 책임진 「유엔」측이 똑같은 높이를 통일하여 부착-.
바캉스는 먹는거냐?
A=지난 5월 소위 북괴기자들 20여명이 무더기로 판문점에 나타났는데 모두「샌들」을 신고 나오지 않았겠나.
B=저네들 사회에선 그래도 최고로 멋(?)을 부리고 나온거로군.(웃음)
A=그래 슬며시 접근,『너희들 오늘 멋냈구먼…』하고 꼬아주었더니『우리가 만든 제품이다』고 제법 으스대기까지 하지않나.
E=내가 옆에 섰다가 그말을 듣고『배급탔니』하고 묻자 화를 버럭 내더군. 그들은 배급이란말 질색이지. 그래『이 사람들 멋도 멋이지만 여름도 되기전에「샌들」신는 사람이 어디있어』하고 쏘아주었지.
A=요즈음 북괴기자들은 판문점에 오기 하루전에 개성에 집결, 남한에서 방송하는 TV를 열심히 보고 사전에 공작임무를 지령받아가지고 나오는 모양이더군.
그런데 북괴기자 한명이『요즈음 너네들 TV보니「바카스」라는게 있던데 그게 뭐냐』고 묻길래 피로회복제라고 일러주었더니『그럼「바캉스」라는 것도 먹는거냐?』(웃음). 하긴 요즈음「바캉스」라는 말도 TV에 자꾸 나오니까.
<기록=학(學)>
[선데이서울 71년 8월 1일호 제4권 30호 통권 제 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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